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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 휴전협상’ 촉구 교황에 우크라 대통령 “2500km 밖에서 허상의 중재”

‘항복, 휴전협상’ 촉구 교황에 우크라 대통령 “2500km 밖에서 허상의 중재”

기사승인 2024. 03. 11.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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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 '항복' '협상' 제안 교황에 "2500km 떨어진 곳에서 '허상의 중재'"
우크라 외무장관 "강자, 선의 편에 서는 자"
우크라 대주교 "항복 생각 전혀 없어"
라트비아 대통령 "악이 항복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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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 돌마바흐체 대통령 집무실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튀르키예 대통령 대변인실·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는 10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백기(White Flag·항복)를 들고 휴전 협상을 하라는 프란치스코 교황(87)의 제안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교황이 '허상의 중재(virtual mediation)'에 관여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정부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신자 500만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그리스가톨릭교회 수장인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대주교도 우크라이나인들이 항복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교황의 제안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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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창문에서 그리스도의 수태를 기념하는 삼종기도를 인도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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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10일(현지시간) 바티칸의 창문에서 삼종기도를 인도하는 자리에서 참석자들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있다./AFP·연합뉴스
◇ 젤렌스키 대통령, '항복' '협상' 제안 교황에 "2500km 떨어진 곳에서 '허상의 중재'"

앞서 로이터는 전날 교황이 지난달 스위스 RSI 방송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백기를 들 용기를 갖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며 교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면서 협상의 필요성에 관해 언급한 적은 있지만, '백기'나 '패배'와 같은 용어를 사용한 것을 처음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영상 연설에서 교황이나 그의 발언에 대해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2500km 떨어진 어딘가에서, 살고 싶은 사람과 당신을 파괴하려는 사람 사이의 '허상의 중재'가 이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종교인들이 기도와 토론, 그리고 행동으로 우리를 지원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국민과 함께하는 교회"라며 교황을 겨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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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크라이나 여성 군인이 세계 여성의 날인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독립 광장에 세워진 전사 우크라이나 군인들을 위한 임시 추모비 앞에 서 있다./AFP·연합뉴스
◇ 쿨레바 우크라 외무장관 "강자, 선악에 협상 촉구 아닌 선의 편에 서는 사람"
"비티칸, 나치 대항 실패 과거 실수 반복하지 말고, 정당한 투쟁 지지해야"

쿨레바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영어로 쓴 글에서 분쟁에서 강자는 선악을 같은 입장에 놓고 협상을 촉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선의 편에 서는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교황이 "가장 강한 사람은 상황을 직시하고, 국민을 생각하며 항복의 용기를 가지고, 협상하는 사람"이라고 한 것으로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쿨레바 장관은 우크라이나 국기를 언급하면서 "우리 국기는 노란색과 파란색이고, 이것이 우리가 살고 죽으며 승리하는 깃발"이라며 "우리는 결코 다른 어떤 깃발을 게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다.

쿨레바 장관은 또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교황 비오 12세가 독일 나치에 대항하는 데 실패했다며 바티칸의 흑역사를 언급했다.

그는 "나는 (바티칸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우크라이나와 그 국민의 삶을 위한 정당한 투쟁을 지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비오 12세는 아돌프 히틀러 독일 총통을 비판하지 않았고,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막기 위한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비판받아 왔는데, 실제 지난해 바티칸 문서보관소가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그는 1942년부터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관한 세부 사항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비오 12세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교황이 유대인을 돕기 위해 막후에서 노력했으며 나치가 점령한 유럽에서 가톨릭 신자들의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언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교황이 독일과 싸우는 연합국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진 정보를 말할 용기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 우크라 대주교 "항복할 생각 전혀 없어"...폴란드 외무장관 "교황, 푸틴에 군대 철수 용기 갖도록 고무했으면"
라트비아 대통령 "악에 항복해선 안 돼...싸워 이겨서 악이 백기 들고 항복하게 해야"

셰브추크 대주교는 "우크라이나는 상처를 입었지만, 정복되진 않았고, 지쳤지만 일어섰고, 일어설 것"이라며 "나를 믿어라. 누구도 항복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유럽 고위 관리들도 교황의 발언을 비판했다.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엑스에 "균형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할 용기를 갖도록 고무하는 게 어떤가"라고 적었고, 에드가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대통령은 엑스를 통해 "악에 직면해 항복해서는 안 되며, 싸워 이겨서 악이 백기를 들고 항복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황, 러 청년에 피터 대제 같은 차르 후계자 자부심 가져야...푸틴 우크라 침략 전쟁 정당화 피터 대제 언급

교황은 지난해 러시아 청년들에게 피터 대제와 같은 차르의 후계자로서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하는 등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 관리들을 수차례 화나게 했는데, 피터 대제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예로 든 인물이다.

교황은 2021년 2월 24일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6개월이 넘은 그해 8월 30일에야 교황청 성명을 통해 러시아를 명시적으로 규탄했다는 지적을 받았고, 예수회 정기 간행물 '라치빌타카톨리카(La Civilta Cattolica)'나 이탈리아 매체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일부 원인을 제공했다며 한국전쟁에 대해 일부 한국 및 미국 좌파들이 주장하고 있는 미국의 남침 유도설과 같은 논리를 펼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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