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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기술기업, 연봉 66억 AI 인재 ‘싹쓸이’...“수익 중심 연구 강요”

미 기술기업, 연봉 66억 AI 인재 ‘싹쓸이’...“수익 중심 연구 강요”

기사승인 2024. 03. 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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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 붐에 미 기술기업, 학계 인력 빼가기
메타 AI 연구원 보상 34% 급등
AI 모델 구축 경력 박사학위 엔지니어 4년간 2000만달러
기술기업, 상업용 AI 연구 주도...연구 자유 위축 위기
ROMANIA CRYPTO CURRENCY CONVENTION
4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크립토 엑스포 유럽 2024' 컨퍼런스에 'AI(인공지능)'·클라우드·빅데이터 컨퍼런스 유럽 2024'의 포스터가 전시돼 있다./EPA·연합뉴스
생성형 인공지능(AI) 붐이 불면서 미국 기술기업들이 학계 AI 연구 인력 빼가기 경쟁을 벌이고 있고, AI 연구가 상업용으로 편중될 위기에 처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생성형 AI 붐에 미 기술기업, 고연봉·고비용 컴퓨팅 능력 제공 학계 인력 빼가기 경쟁
메타 AI 연구원 중간 보상 패키지 34% 급등...AI 모델 구축 경력 박사학위 엔지니어 4년간 2000만달러

국제 과학 저널 '사이언스' 2023년 3월호에 따르면 AI 박사 소지자의 민간기업 취업 비율은 2014년 21%에서 2020년 거의 70%를 급증했다.

실리콘밸리 연봉 데이터 사이트 '레벨스(Levels)닷fyi'에 따르면 메타(페이스북 모기업)의 AI 연구원에 대한 보상 패키지 중간값은 2020년 25만6000달러(3억3700만원)에서 2023년 33만5250달러(4억4100만원)로 34% 급등했다.

박사학위 경력자는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AI 스타트업 데이터브릭스의 알리 고드시 최고경영자(CEO)는 정기적으로 AI 인재 채용 경쟁에 나서고 있다며 박사학위와 수년간 AI 모델 구축 경력을 갖춘 엔지니어는 4년간 2000만달러(263억2600만원)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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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라는 표시 앞에서 컴퓨터와 스마트폰를 보고 있는 인물이 있는 이미지로 2월 19일(현지시간) 찍은 것./로이터·연합뉴스
◇ 거대 기술기업과 대학 간 연구비·컴퓨팅 능력 격차 '천양지차'

AI 연구 인력들이 거대 기술기업으로 쏠리는 현상은 이 기업들이 데이터센터를 통해 막대한 양의 컴퓨팅 능력을 확보하고 있고, AI가 방대한 계산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특수 컴퓨터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수만 개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메타는 GPU 35만개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는 반면, 스탠퍼드대 자연어 처리그룹은 68개의 GPU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업과 대학 간 격차는 '하늘과 땅' 차이다.

아울러 WP는 메타·구글·마이크로소프트(MS) 등 미국 기술기업들이 AI에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면서 2022년 기준 32개의 중요한 생성형 AI 모델을 개발하면서 이 분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 반면, 학계는 3개의 모델을 만드는 데 그쳤다고 전했다.

이는 2023년 미국 스탠퍼드대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AI 혁신이 대학에서 시작됐던 2014년에 비해 크게 반전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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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로고와 '인공 지능(AI)' 단어가 보이는 이미지로 2023년 5월 4일(현지시간) 찍은 것./로이터·연합뉴스
◇ 기술기업 AI 연구 주도, 학자들 상업용 연구 조정 강요
'AI 대모' "산업계, 수익 중심...공공 부문, 공공재 창출 목표"

AI 관련 주요 논문 주제도 거대 기술기업들이 사실상 결정하고 있어 급성장하는 AI 기술에 대한 독립적인 연구를 저해하고 있다고 학자·정잭 입안자·전직 기술기업 직원들이 한목소리로 지적한다고 AP는 전했다.

사이언스에 따르면 2020년 주요 AI 콘퍼런스에서 발표된 논문의 거의 40%에 기술기업 엔지니어 한명 이상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것에 보듯 대학 연구원들은 종종 컴퓨팅 능력과 데이터 제공 비용을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으면서 기업 연구진들과 협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부분이 기술기업에 취직하는 상황에서 나머지 대학 연구진도 사실상 기업에 고용된 셈이라고 한 연구자가 WP에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균형을 잃은 힘의 역학 관계가 미묘한 방식으로 AI 학자들이 상업적 용도에 맞게 연구를 조정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WP는 전했다.

구글에서 근무한 적이 있으며 'AI의 대모'라고 불리는 페이-페이 리 스탠퍼드대 '인간중심 AI 연구소'의 공동 소장은 "현재 공공 부문은 산업계에 비해 지원과 인재 면에서 크게 뒤처져 있다"며 "산업계는 수익 중심의 기술 개발에 집중하는 반면, 공공 부문의 AI 목표는 공공재 창출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이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리 소장은 새로운 재원 마련을 위해 백악관 과학기술국장과 회동하고, AI 관련 연방 상·하원들을 만났으며, 정책 입안자들은 자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몇가지 조처를 하고 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지난해 5월 AI가 기후변화 영향을 완화하고, 교육을 개선하는 방법 등을 조사하기 위해 1억4000만달러(1842억원)를 투자해 대학 주도의 국립AI 연구기관 7곳을 설립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아울러 상·하원에서 초당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는 '창조 AI 법안(Create AI Act)'이 연말까지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이 때늦을 수 있다고 학자들은 우려한다고 WP는 전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챗봇과 이미지 생성기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기업들이 고연봉과 흥미로운 AI 문제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면서 컴퓨터 과학 교수 후보군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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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7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행사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의 삼성과 올레드 부스에 메카트로닉스 연구센터의 주방 로봇이 전시돼 있다./AFP·연합뉴스
◇ 생성형 AI 경쟁 치열...기술기업 연구소 내 연구의 자유 위축 위기

메타와 구글 등 기술기업들의 연구소 내 연구의 자유도 위축될 위기에 처했다.

기술기업들은 역사적으로 연구 수준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지를 과학자들이 결정하는 대학과 유사한 방식으로 AI 연구소를 운영해 왔는데, 생성형 AI 시장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면서 기업 내부의 연구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실제 구글은 지난해 4월 리서치의 인재팀을 2010년 인수한 AI 연구기업 딥마인드로 통합한다고 발표했고, 지난해부터는 연구 성과를 제품화한 후 논문을 공유하도록 하면서 자체 AI 발견 활용을 더 강화했다고 WP는 전했다.

메타도 2022년 AI 연구소 페어(FAIR)를 가상현실(VR) 부서인 리얼리티 랩스 산하로 옮기고, 지난해엔 일부 연구원을 새로운 생성형 AI 제품 팀으로 재배치하는 등 연구팀을 개편했다.

데이비드 해리스 전 메타 AI 연구원은 현재 많은 기술기업이 고용한 연구 과학자들이 지금은 자신의 일정과 연구 어젠다 설정에 어느 정도 자유를 기대할 수 있지만, 특히 AI 제품 출시에 필사적인 기업에서 이러한 상황은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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