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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 가슴으로 양육하는 SOS어머니 “아이 결혼시킬 때 가장 기뻤어요”

[어버이날] 가슴으로 양육하는 SOS어머니 “아이 결혼시킬 때 가장 기뻤어요”

기사승인 2024. 05. 0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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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형태의 양육 환경 제공하는 SOS어머니 이필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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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SOS어린이마을에서 SOS어머니로 5명의 아들, 딸을 키우고 있는 이필희씨. /반영윤 기자
"우리 첫째 아이가 '내가 설거지도 안 도와주니까, 내가 얄밉지?'라고 물었을 때 제가 '너는 그래도 돼'라고 말했다고 하더라구요. 첫째가 그 말이 '자기가 태어나서 들었던 말' 중 가장 따뜻하고 좋은 말이었다고 했을 때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어느 부모보다 훨씬 더 애타는 마음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양육하는 엄마들이 있다. 이 엄마들은 가슴으로 낳은 아이들과 특별한 동행을 통해 아이들이 건실한 청년으로 성장해 사회로 진출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어 어버이날(8일)을 맞아 부모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하고 있다.

서울SOS어린이마을의 이필희(52·여)씨는 올해로 16년째 이곳에서 'SOS 어머니'로 생활하고 있다. 16년간 17명의 아들, 딸이 이씨의 품을 거쳐갔다. 현재는 아이들 5명을 마을에서 돌보며 함께 생활하고 있다.

장애인 시설에서 7년 가량 근무한 이씨가 SOS어린이마을에서 아이들을 돌보게 된 계기는 복지 업무의 연속성 때문이다. 1년 주기로 담당이 바뀌는 여타 복지시설과 다르게 SOS어린이마을에서는 '아들, 딸'들을 오래 돌볼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성장하는 기간 동안 서로 교감할 수 있는 것이 SOS어머니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씨는 "한 아이를 평생도록 맡을 수 있기에 SOS어머니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SOS어린이마을은 전국에 3곳 있다. 1963년 대구에서 비유럽국가 최초로 설립된 SOS어린이마을은 1981년 전남 순천, 1982년 서울시 양천구에 설립됐다. 이씨가 근무하는 서울SOS어린이마을은 '모든 어린이가 행복한 세상을 위하여'를 목표로 서울 신월동에 15채의 집과 부속시설을 운영 중이다. 각각의 SOS어린이마을엔 여러 사연을 품은 아이들부터 자립준비청년들까지 머물면서 한 가족으로 끈끈하게 생활하고 있다.

어른들에게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 사회에서 배려받지 못한 아이들이 오는 시설인 만큼 SOS어머니들은 일반 부모들 이상으로 고충이 많다. 그 와중에 SOS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재능을 키워주며 아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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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에 자리한 서울SOS어린이마을. 이곳은 현재 45명의 아이들과 자원봉사자, 활동가 들이 생활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이씨는 "감정 조절이 어려운 한 아이는 자존감을 키워주려 노력했다. 경찰서를 가는 일도 있었는데, 아이 옆에서 온전히 함께 현장검증을 하면서 마음을 나누려 했다"며 "그랬더니 아이가 많이 바뀌었다. 거칠었던 심성이 누그러지고 믿음이 생겼다. 이후엔 직업학교도 마치고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잘살고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SOS어머니들은 아이들 교육을 위해 개인 사비도 아끼지 않는다. 이씨는 "마을이 처음이 생겼을 땐 SOS어머니들은 자원봉사 개념으로 활동했다. 그런데 1988년 올림픽이 열리고 우리나라가 잘사는 국가로 떠오르면서 오스트리아 재단에서 지원이 끊겼다"며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축구나 제빵 등 활동비용과 캠프 활동시 인솔자 비용 지원 등은 SOS어머니들이 채워서 사용했다. 지금도 아이들 생일이면 쇠고기 양지살을 푹 삶아 진한 미역국을 직접 끓여주고 있다. 우리 엄마가 저한테 한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물을 훔쳤다. 아이들 생각만 하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고 했다. 특히 이씨는 첫째를 결혼시킬 때 가장 큰 기쁨을 얻었다고 했다. 이씨는 "우여곡절 끝에 첫째가 결혼하면서 혼주석에 앉아서 끝까지 눈물을 참으려 했는데, 결국 펑펑 울었다"며 "지금은 잘 살고 있어 너무 기쁘다. 사위가 열심히 살고, 노력도 많이 해줘서 힘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이씨는 최근 변화된 근무체계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이라고 했다. 정부의 52시간 근무제 실시로 마을에 새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함께 살던 엄마'로 여기던 아이들이 이제는 '교대하는 엄마'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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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필희 SOS어머니가 8일 서울 양천구 서울SOS어린이마을에서 가진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 /반영윤 기자
이씨는 "이 곳의 복지는 아이들을 위한 것인데 정부의 52시간 근무제에 따라 시스템을 바꾸면서 아이들이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지 고려하지 않았다. 부당한 노동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라도 쓰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다"며 "아이들 입장에서 하루에 집에 들어오는 보호자가 3명이라고 하면 이상하지 않겠나. 결국 새 시스템에 적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위한 양육시스템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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