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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구조조정 목전의 SK, 비온 뒤 땅 굳는다

[데스크 칼럼] 구조조정 목전의 SK, 비온 뒤 땅 굳는다

기사승인 2024. 05. 21.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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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사진11
최태원, 최창원 두 사촌의 의기투합이 위기의 SK를 구원할 수 있을까. SK그룹이 딜레마에 빠졌다. 경쟁력을 잃고 추격을 허용한 범용제품 같은 '버릴 것'과 그룹 밸류체인에 필수적인 '남길 것', 반드시 가야 할 신사업 '키울 것'과 그렇더라도 당장 돈이 안되는 불확실한 '줄일 것' 사이에서의 고민이다.

지난해 말 기준 SK그룹 부채가 83조원에 이른다. 그 중 50조원 가량을 배터리기업 'SK온'을 품고 있는 에너지·화학 중간지주사 SK이노베이션이 짊어지고 있다. SK가 국내 2위 반도체와 1위 통신사를 갖고 바이오 등 여러 신사업을 벌이고 있어도 기둥은 단연 에너지·화학이다.

그 주축을 새롭게 변화시키는 일이 지금 SK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다. 워낙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장치사업들을 벌이는 탓에 외부에서 자금을 빌리는 형태로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다른 산업은 공장을 짓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고 생산과 동시에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빚을 얻어 이자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부채도 자산' 전략이 가능하지만, 중후장대는 좀 다르다. 공장을 짓는데도 보통 몇 년이 걸리는 데다 공장을 지어놓고 생산을 개시하려고 해도 주문을 받지 못하면 가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거액의 빚을 얻어 공장을 건설했는데 완공 시점에 불행히도 세계적 공황이라도 오면 공장 가동률이 극도로 낮아지는데 거액의 차관 이자는 계속 물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이나 각종 친환경 화학·소재기업을 두렵게 하는 시나리오다.

위기때마다 SK가 성장해 온 저력을 들여다본다. 故 최종건 회장이 섬유로 회사를 일으키고 동생 故 최종현 회장이 석유부터 통신까지 신사업을 그룹의 축으로 키워냈다. 이제 그 아들들이 세대를 넘어 손을 잡고 SK의 변신과 도약을 이끄는 중이다. 사람을 끊임 없이 만나 앞날을 내다보고 사업을 일으키는 '투자'가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최태원 회장의 영역이라면, 완벽한 관리가 필요한 소위 '안살림'은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섬세한 최창원 부회장의 몫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 회장이 최창원 부회장에게 구조재편 지휘봉을 쥐어준 건 신의 한수라 할만하다. 최 부회장은 SK㈜의 지배구조에서 떨어져 'SK디스커버리'를 지주사 개념으로 사실상 독립경영 중이라, 그룹을 재편하는 데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을 수 있다. 또 그간 서로 관여하지 않았던 두 지주사 체제에서의 화학·바이오 사업 역시 그룹 차원에서 최적화가 가능해 진 셈이다.

그렇게 SK㈜가 불확실한 대체육 사업 정리를 고민 중이고, 중국 동박업체 WASON과 SK동남아투자법인 등 기존 투자 주식을 팔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이 페루 LNG 지분, 한발 더 나가면 SKIET지분도 검토 중이다. SK E&S 역시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SK네트웍스는 심지어 렌터카 사업을 판다.

산업의 특성상 에너지·화학은 시대의 부름에 응해 긴 투자에 들어가는 공룡의 개념에 가깝다. 서로 맞물려 있는 엄청난 밸류체인 생태계 구조를 떠올린다면 변신이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 할만 하다. 이제 그 영역에 고강도 구조조정이 시작된다. 펭귄 효과라는 게 있다. 먼저 한 펭귄이 바다에 뛰어들어 안전한 게 확인되면 나머지 펭귄들이 무리지어 우르르 뛰어든다. SK 계열사 하나하나가 맨 앞에 선 펭귄이다. 확인되면 다같이 뛰어들고 아니라면 피해를 줄여야 한다. 옥석을 가리는 가장 어려운 일이 오너 일가의 손에 달렸다.

비온 뒤 땅이 굳는다. 그렇게 살아남는다면 더 단단해질 게 자명하다. 최근 극장서 본 영화 '혹성탈출'에서 유인원들이 "투게더 스트롱(뭉치면 강하다. Together Strong)"를 외치며 고난을 이겨낸다. 인류로부터 배운, 지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위기가 사촌을 더 끈끈하게 했고 이제 그룹이 똘똘 뭉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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