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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긴장감 드리운 농협, 이석용 행장의 월화수목금토‘월’

[취재후일담] 긴장감 드리운 농협, 이석용 행장의 월화수목금토‘월’

기사승인 2024. 05. 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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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용 행장, '매주 일요일' 부행장 회의 직접 주재
ELS 배상·실적 부진·금감원 검사 등 부담 산적
송주원 기자
날씨는 포근한 봄을 넘어 후덥지근한 초여름을 달려가고 있지만, 유난히 차가운 긴장감이 감도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NH농협은행입니다. 5대 은행 중 한 곳인 농협은행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3월 100억원대 배임사고가 적발됐는데, 65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고가 또 불거졌습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5월부터 매주 일요일, 부행장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계속될 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회의 주제에 대해 "경영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다"라고 말했습니다.

금융권에서 '일요일 회의'는 흔하지 않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휴일 회의에 대해 '10년 전에나 한 번 해봤다'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라는 반응부터 '수당 줘야 할 텐데 번거롭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우려까지 내비쳤습니다. '특별한 일(?) 없으면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라고 말한 관계자도 있었는데, NH농협은행의 경우 '특별한 일'이 발생하긴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사전 예고대로 NH농협금융을 상대로 한 고강도 정기검사에 착수했습니다. 30명 내외의 금감원 인력이 NH농협은행 내부에 감사장을 꾸리고 6주 동안 검사를 실시합니다. 금감원은 NH농협금융의 최대주주인 농협중앙회의 경영개입을 비롯한 지배구조 전반을 톺아보겠다는 방침입니다. 100억원대 배임과 65억원 규모 부당대출 사고,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사태 등 내부통제 리스크에 더해 중앙회의 자회사 경영진 인사 개입 등 지배구조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4일 NH농협·국민·신한·하나·SC제일은행 등 ELS 5개 주요 판매사의 대표 사례에 대해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배상비율을 30~65%로 결정했습니다. 가장 숫자가 큰 65%의 주인공이 NH농협은행이었습니다. 금감원이 설명한 사례를 보면 NH농협은행의 경우 70대 고령자가 ELS에 5000만 원을 투자해 2600만 원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ELS 손실 배상은 실적 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에 반영한 ELS 관련 충당부채 규모만 3416억원으로 주요 은행 중 국민은행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습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겹치며 1분기 당기순이익은 6512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2%나 감소했습니다.

이러한 위기감에 이석용 행장이 긴장감을 갖고 위기대응능력을 높이라는 주문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일각에서는 올해로 취임 2년차를 맞은 이석용 행장의 '군기잡기'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옵니다.

지난 3월 109억 규모의 배임 사고가 발생하는 등 내부 기강이 해이해지자 이 행장이 직접 고삐를 쥐었다는 시각입니다. 이 행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청렴 농협'을 기치로 결의대회를 열면서 내부통제 강화 의지를 나타냈지만, 금융사고가 발생해 '공허한 메아리'가 됐기 때문입니다.

NH농협은행은 과거에도 코로나19 팬데믹 등 특정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비상경영체제에 돌입, 왕왕 '일요일 회의'를 열곤 했지만, 현재의 위기감이 더욱 크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편 농협은행 경영진의 '일요일 회의'가 경쟁은행으로까지 번질지에 대해서도 금융권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대내외 리스크는 농협은행만의 문제가 아닌데다, 경쟁은행들도 올해 1분기 성장성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산적한 과제에 대응해 이석용 행장이 비상경영체제로 '월화수목금토월'에 나선 만큼, 이러한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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