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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 100세 시대] 베이비부머, 쉽지 않은 자영업 창업

[희망 100세 시대] 베이비부머, 쉽지 않은 자영업 창업

기사승인 2012. 12. 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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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준비없이 무작정 사업시작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
 #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정모(60)씨는 몇 년전 부인과 함께 작은 음식점 창업을 고려하다 계획을 접었던 기억이 있다. 40대까지만 해도 의류사업으로 승승장구하던 그였지만 은퇴한 상황에서 건물임대료와 식자재 물가 등을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 김모(32, 경기 안산시)씨는 부모님을 도와 고깃집을 운영하다 지난해 문을 닫았다. 김씨의 아버지는 은퇴 후 퇴직금과 은행대출을 받아 고깃집을 열었다. 김씨는 부동산중계 일을 하다 그만두고 음식점일을 도와왔다. 하지만 지난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결국 개업 3년만에 폐업신고를 했다. 

우리나라 고령층 중 55세부터 79세까지 인구는 지난 5월말 기준으로 1051만명으로 이 중 절반이 넘는 560만명(53.3%)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들 중 창업을 고려하는 대부분은 자신이 일하던 것과는 별개인 사업 아이템을 갖고 새로운 인생을 준비하려 하지만 10명 중 7명은 실패의 쓴잔을 마시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16%를 넘게 차지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가장 많이 고려하는 사업이 음식점 창업이다. 

옛말에 ‘먹는 장사는 남는다’는 말을 맹신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긴 하지만, 대부분 자신이 일하던 업종과 관련해 재취업 자리가 마땅치 않은 것이 주 원인이다. 그러다 보니 큰 기술 없이 할 수 있는 업종이 외식업이라 생각하며 무작정 창업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55~64세의 도소매·음식·숙박업 취업자 추이는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8년 5월 기준으로 60만명이던 취업자수는 2009년 64만명으로, 2011년에는 73만명으로 늘어났고 올해 5월에는 77만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이 은퇴 전 종사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되면서 실패하는 경우가 높아지고 있어 창업을 통한 제 2인생을 열기란 그리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55세 이상 고령층(633만명)의 경우 과거 일했던 업무와 지난 1년간 했던 업무와의 관련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9.9%(190만명)에 달한다. 이는 금융위기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었던 2009년의 28.2%보다 1.7%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과거 했던 일과 전혀 관련이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2009년 17.6%에서 올해 19.5%로 상승했다. 

◇ 증가하는 생계형 자영업자
우리나라 자영업자수는 지난 2010년 539만명에서 지난 10월 578만명으로 7.3%(39만명)늘어났다. 

이 중 종업원 없이 혼자 일하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390만명에서 427만명으로 9.4%(37만명) 증가하며 전체 자영업자수 증가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점포에서 인건비 없이 일하는 가족을 나타내는 무급가족종사자도 114만명에서 133만명으로 16.4%(19만명) 증가했다. 이는 그 만큼 생계형 창업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이렇다 보니 비임금근로자도 653만명에서 711만명으로 8.9%(58만명)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문제는 이런 생계형 창업을 통해 성공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경험과 정보 부족으로 시장상황 파악에 문제가 나타나고, 창업자본의 무리한 조달로 인한 높은 이자 부담도 폐업을 부르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취업자 1인당 부가가치액이 연간 1079만원으로 산업평균인 4332만원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다시말해 만족할 만한 수입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자영업 창업은 무조건 돈을 번다? 
50-60세 고령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순자산은 2010년 3억1500만원에서 지난해 3억2700만원으로 늘어났다. 60세이상 고령자들의 순자산도 2억5800만원에서 2억7000만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2~3억원 수준의 순자산만으로는 빚을 지지 않고 창업을 하기는 힘들다는 점이다. 일단 생계형 창업을 한 베이비부머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여기저기서 빌린 창업자본에 대한 이자문제다. 

지난달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이 분석한 ‘자영업자 가계부채 현황’을 살펴보면 전국 자영업자 567%인 388만명이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1인당 평균 1억원가량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일반적인 급여생활자의 대출 수준보다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런 거액의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은 한해 소득의 30%가량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는 상태다. 한해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는 이들도 22%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베이비부머들의 소자본 창업의 경우 진입 사업에 대한 시장조사와 관련 지식을 쌓는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강조한다. 특히 외식업의 경우 은퇴자들이 너도나도 시도하는 사업중의 하나기 때문에 그만큼 과당경쟁으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생계형 창업을 하는 베이비부머들의 경우 은퇴후 특별한 기술없이 뛰어 들수 있는 것이 외식업과 같은 사업들이다”며 “하지만 대부분이 체계적인 훈련과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하면서 그나마 가지고 있던 은퇴자금들을 모두 잃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외식업과 같은 과당경쟁이 일어나지 않는 사업을 찾아 시간이 걸리더라도 해당 사업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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