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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내 인생은 한게임 때문에 망가졌다”

[인터뷰] “내 인생은 한게임 때문에 망가졌다”

기사승인 2013. 07. 04.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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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게임 포커 중독 피해자 김모씨
수억원 재산 탕진하고 건강까지 악화돼…NHN 상대 소송 16일 선고
NHN이 운영하고 있는 한게임 포커 중독 피해자 김 모씨/사진=최석진 기자

아시아투데이 최석진 기자 = “정말 NHN 건물 앞에서 분신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NHN 본사 사옥 앞에서 한게임 포커 중독 피해자 김모씨(44·경기도 수원시)는 이렇게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이날 사행성 도박의 장으로 변질돼버린 한게임 고스톱·포커 등으로 인한 폐해방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했다가 NHN측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을 보고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원망과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고 했다.

NHN이 운영하고 있는 한게임 포커 때문에 수억원의 재산을 탕진하고 폐결핵과 호흡기장애 등 심각한 질병까지 떠안게 된 그였기에 이날 NHN이 보여준 싸늘한 반응은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멀쩡하게 석유회사를 다니던 그가 한게임 포커를 처음 접한 건 1999년, 30대 초반의 나이였다.

“게임머니를 무료로 주니까 한 번 해봐”라는 동네 PC방 주인의 말에 별 생각 없이 게임을 하게 된 것. 그때만 해도 김씨는 그 ‘무료 머니’가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갈 ‘악마의 유혹’이라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 못했다.

차츰 도박성 게임의 중독에 빠져들 무렵 게임머니는 유료로 전환됐다. 그리고 한게임 사이트라는 사이버 공간에서 오고가는 게임머니를 속칭 ‘환전상’이라 불리는 머니상이나 게임아바타가 거래되는 중개사이트를 통해 현금화할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됐다. 

“대부분 불법도박장이 그렇듯 한게임도 처음에는 돈을 따게 해준다. 하지만 그게 함정이다. 결국엔 그 딴 돈을 모두 잃고 훨씬 더 많은 돈을 잃게끔 그렇게 짜여져 있다. 더 잔인한 건 100만원을 잃으면 절반인 50만원 정도는 다시 만회하게 해준다.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상태가 될 때까지 그들은 그렇게 나를 조금씩 중독자로 만들어 갔다.”

김씨는 월급은 물론 지인들에게 돈까지 빌려 한게임 포커에 매달렸다. 점점 베팅금액이 커지면서 피해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금은 언론 등을 통해 한게임을 통해 도박이 성행한다는 보도가 많이 나가면서 여러 가지 제한이 만들어졌지만 당시에는 한 명의 주민등록번호로 10개의 아이디도 만들 수 있었고, 아이템 구매에도 한도가 없었다. 불과 5시간 만에 400만원을 잃은 적도 있다.”

적지 않은 돈을 잃었는데 더 이상 구할 곳이 없어진 김씨는 결국 회사에서 수금한 돈으로 돌려막기까지 하면서 게임을 했다. 얼마 후 직장까지 잃게 된 김씨는 하루하루 막노동을 해 번 돈으로 계속 한게임 포커에 몰두했다.

결국 그는 2001년 폐결핵 진단을 받았다. “100% 한게임 때문이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게임을 하면서 받은 스트레스가 결정적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회에서 결핵환자들에게 지급해주는 얼마 안 되는 돈으로 다시 게임머니를 구입해 한게임 포커를 했을 만큼 김씨를 끌어당기는 중독의 마성은 강했다.

김씨는 현재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혼자 살고 있다. 매달 기초생활 수급비 45만원을 지급받지만 방세 30만원을 내고 나면 밥 한 끼 밖에서 사 먹기 어려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신앙생활을 통해 조금이나마 상심된 마음의 치유를 얻을 수 있었던 그는 최근 인생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더 이상 자신처럼 인터넷 도박 때문에 모든 것을 잃게 되는 피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또 한게임 고스톱·포커처럼 합법을 가장한 불법도박이 버젓이 운영되지 않도록 싸워나가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NHN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자신의 아이디 계정이 삭제되기 전까지 구입한 아바타 비용(700만원 상당)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냈다.

지난해 5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는 김씨의 주장에 일부 타당성이 있다고 판단, NHN측에서 아바타 매입 대금 중 절반에 해당하는 350만원을 돌려주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NHN 측은 이 결정조차 따르지 않았고 결국 소송까지 오게 된 것이다. 변호사 비용을 한 푼도 낼 수 없던 그였지만 다행히 법원의 소송구조 결정으로 민우기 변호사(법무법인 밝음)가 소송대리를 맡아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의 결말은 오는 16일 선고공판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김씨는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께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한게임이 어떤 방법으로 불법도박을 방조하고 있는지, 이로 인한 이용자들의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자세히 설명했다”며 “더 이상 참고 살아갈 수 없어서, 혼자 힘으로 싸우기 힘들어서 대통령께 간절히 호소한 만큼 꼭 관심을 갖고 문제를 해결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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