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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남녀갈등 심화 우려에도 변죽만 울리는 여가부

극단적인 남녀갈등 심화 우려에도 변죽만 울리는 여가부

기사승인 2018. 07. 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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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 시위 이후 남혐현상 사회문제 대두 불구 실효성 있는 대책 없어
여성차별 시정 성평등만 강조...남성목소리 듣는데는 미흡
여가부에 대한 남성 불신 늘어...정부 차원 의견 수렴 창구 만들어야
'홍대 몰카 편파수사 규탄 시위'<YONHAP NO-3746>
홍익대 누드 크로키 수업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어서 경찰이 이례적으로 강경한 수사를 한다고 주장하는 시위대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에서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
지난 7일 서울 혜화역에서 진행된 ‘성(性) 편파 수사 규탄 시위’ 이후 극단적인 남성혐오 분위기에 대한 반감이 퍼지면서 사회 전반의 남녀갈등 심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는 여성가족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남성과 여성 간의 성평등 인식 차이가 이번 혜화역 집회로 더욱 크게 발현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일부 극단주의적 여성단체의 무차별적인 여성우월주의의 표현은 단순한 남녀의 문제를 넘어 종교적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여가부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손을 놓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여가부가 올해 ‘평등을 일상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양성평등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런 곱지 않은 시선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여가부에 따르면 혜화역 시위로 인한 남혐(남성혐오) 문제와 관련한 대책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는 상태다. 여가부 관계자는 “(대책마련) 계획이나 현재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하려 하지만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가부는 성평등 정책이 그동안 사회적으로 뿌리 깊은 여성 차별을 개선하는 데만 맞춰져 있어, 남성·여성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양성평등기본법은 여성발전기본법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여성이 겪는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차별과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여가부의 역할”이라며 “남성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기계적 평등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렇다 보니 여가부의 성평등 정책은 여성을 위한 정책만이 존재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실제로 여가부의 남성을 위한 성평등 정책은 여성정책에 비해 현저히 적다.

여가부가 말하는 남성정책은 성별 영향 분석평가를 통해 남성 육아휴직을 확대하고 남성의 산재유족보상연금 수령 연령제한을 없앤 것과 각 분야 남성 45명이 참여하는 ‘성평등 보이스’ 운영, 청년들을 중심으로 성평등을 논하는 ‘성평등 드리머(남성 2~3명)’ 운영 정도다.

이런 남녀 정책의 불균형은 여가부에 대한 남성의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성과 관련된 불평등 구조의 정상화에 대한 반대가 아닌 여성 중심 정책으로 인해 남성이 느끼는 또 다른 역차별을 어루만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여가부만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차원의 성평등 정책 마련을 위한 노력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통령직속 성평등위원회 설립도 늦어지고, 민간·정부위원으로 구성된 총리실 산하 양성평등위원회 역시 실효성 있는 운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도 성평등 정책을 만드는 노력은 단순히 부처차원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다만 남성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노력과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시민교육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이런 부분은 국가정책으로 계획할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정책으로 당장 대응하는 것엔 한계가 있다”며 “문화와 가치 규범이 변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아기부터 성평등교육 등 보편적인 인권교육을 받을 수 있게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다만 현재의 한국 남성들은 성희롱과 장난을 구분하지 못하는 어린시절을 보내며 법과 현실의 경계에 서 있다. 중앙정부뿐 아니라 지역차원에서 이런 남성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창구를 조직화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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