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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아군에 총 쏘는 격이다

[사설]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아군에 총 쏘는 격이다

기사승인 2017. 01. 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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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검팀이 16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결국 뇌물공여·횡령·국회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결정했다. 삼성전자의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금과 최순실 모녀의 독일 승마훈련지원비, 동계스포츠 영재센터 지원금 등 모두 430억여원을 대가성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고 한다. 이규철 특검보는 "국가경제보다 정의를 세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선두에 서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밝혀지기 전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518억달러로 세계 7위였다. 애플 구글 코카콜라 MS 도요타 IBM 등 내로라 하는 6개 글로벌회사만이 삼성보다 앞선 자리에 있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곧 혁신기업이라는 방정식으로 통했다. 세계적 컨설팅회사 보스턴컨설팅(BCG)은 지난해 삼성전자를 혁신기업 순위 7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일본의 소니 등 전자회사들은 정부 측과 협력해 '타도 삼성'을 외치며 합병 등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위상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높은 기술력, 소비자 신뢰도, 혁명적 기업경영 등이 수십 년간 어우러져 이룩한 결과였다.
 

그러나 이러한 삼성전자의 명성이 이제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최순실 사태 직후인 지난해 12월 월드브랜드 랩이 공개한 삼성의 브랜드가치는 53위로 급락했다. 이번 특검의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는 지켜줘야 할 국내 글로벌 기업의 신인도 추락에 가속도를 가하는 것이다. 아군에게 총을 쏘는 것과 다름없다.
 

검찰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국민연금이 찬성해준 대가로 삼성이 미르와 K스포츠재단, 최 씨 모녀에게 거액을 지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단편적인 판단에 불과하다고 본다.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외국 투기자본으로부터 보호하고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관련당국이 오히려 앞장서서라도 도와줄 일이었다. 삼성 합병은 미르·K스포츠재단 지원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이야기다.
 

기업인이 죄가 있으면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지금 삼성은 수사에 묶여 기업활동이 올스톱된 상태다. 해외의 인수대상 기업 주주들이 이 틈을 이용해 인수가를 높이려는 음모도 꾸미고 있다. 삼성이 무너지면 국내경제는 더 이상 회복불가능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아무리 수사를 한다고 해도 이처럼 수개월 동안 철저히 기업활동을 못하게 묶어 놓는 곳은 아마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민생을 구하는 것은 '정의'가 아닌 경제라는 사실을 당국이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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