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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원전기술 유출… ‘두뇌’ 떠나면 막을 길 없다

[사설] 원전기술 유출… ‘두뇌’ 떠나면 막을 길 없다

기사승인 2019. 06. 18.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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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한국형 원자로(APR-1400)의 핵심기술이 UAE와 미국에 유출됐다는 제보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17일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유출된 원전기술은 원전운전감시 프로그램인 ‘냅스’(NAPS)라는 소프트웨어로 원전의 정상적인 가동여부를 진단해 위험을 사전에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APR-1400’은 세계가 안전성을 인정하는 한국 원전기술의 꽃이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롭기로 유명한 유럽전력사업자 인증은 물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설계인가까지 받은 상태다. 이는 한국이 세계 어디에서든 한국형 원자로를 설계·시공·운영까지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췄음을 뜻한다. 이처럼 중요한 기술이 유출됐다.

그러나 한국형 원자로의 핵심기술 유출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함께 일찌감치 예고됐던 것이다. 원전산업이 사라지는 판에 관련 전문두뇌들이 할 일 없는 한국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설사 ‘냅스’라는 소프트웨어가 유출되지 않았더라도 해외에 진출한 기술인력들의 두뇌에 입력된 기술을 복원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원전설계 전문회사인 한국전력기술이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 2017년 이후 1년 동안 12명의 원전설계전문 직원이 원전을 수출한 UAE의 원자력공사(ENEC)와 UAE의 원전운영법인 나와(NAWAH)로 이직했다. 한전기술은 2030년까지 전체 설계전문 인력 1062명 중 30%인 319명이 해외로 떠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원전산업의 뿌리가 통째로 뽑히는 것과 같다. 또 원전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한전 KPS의 국내직원도 같은 기간 2112명 중 30.8%, 원전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도 7012명 중 28.6%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원전산업의 생태계가 붕괴되는 것이다. 19일은 고리원전 1호기가 영구 정지되고 정부가 탈원전을 선언한지 2년째 되는 날이다. 국산 원전기술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원전을 되살려 해외로 떠나는 두뇌들을 국내에 다시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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