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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도덕적 분노 없는 한국 지식인들

[칼럼] 도덕적 분노 없는 한국 지식인들

기사승인 2017. 05. 09.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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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우 칼럼] 어설픈 좌파 지식인 우상화, 성숙사회로의 열망 좌절시켜
오창우증명사진
오창우 계명대학교 언론광고학부 교수
지식인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 이들은 사회 일반 구성원들에 비해 우월적 이성을 지닌 존재들일까. 이들이 누리는 권력은 도대체 어떤 능력에 대한 반대급부일까. 이들이 내놓는 해석이나 설명은 얼마나 객관적이고 현실적일까. 지식인들 또한 자신의 모순과 편견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임을 감안할 때 어떻게 자기비판을 통해 스스로의 모순을 직시하고 인정함으로써 사회의 근원적인 목적에 도달할 수 있을까.

지식인들의 ‘확증적 편향성(Confirmed Bias)’이 강할수록 권력집단과 대중계급의 중간자적 입장에 있는 이들의 역할은 불공정하거나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들의 권력욕구는 특정 이념이나 사상을 보다 극명하게 표명함으로써 실현 가능해진다. 폴리페서(Polifessor), TV 지식인, 그리고 종편 패널리스트 등은 윤리적 실천보다는 개인의 유명성을 위해 전력투구한다.

대부분의 지식인들은 소속 조직 내외부에서 출세와 영달을 추구하거나 논문 편수와 업적 향상에 매몰된 나머지 추상적이고 경직된 이론을 쏟아내기에 바쁘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현실적으로 아무런 유용성이 없는 주장과 통계수치들을 습관처럼 양산하고 있다. 심지어 곡학아세(曲學阿世)로 객관적 사실마저 왜곡하고 조장한다.

지식인들에게 특정 이념이나 사상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지식인들이 경도되는 그것들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소속 사회의 근원적 문제해결을 위한 토대로 작용할 뿐이다. 만약 지식인 집단이 특정 정치이념을 기반으로 연대하거나 다른 집단과 우월성 투쟁을 벌여 나간다면 지식인이 추구하는 학문은 정치체계로의 편입을 의미한다. 지식인들의 행위 동기는 진리·선·정의·인류애와 같은 절대적인 가치와 도덕성이 되어야 한다.

어떤 사회적 사건이 비윤리적이거나 비도덕적인 경우 지식인들은 필연적으로 도덕적 분노를 표출하게 된다. 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지식인들이 도덕적 감정에 기반하지 않고 단순히 호(好)·불호(不好)나 피아(彼我) 구분만을 일삼는다면 그 국가나 사회에서의 도덕적 실천 수준은 매우 취약해진다.

지식인들의 좌·우파 구분은 그 자체로서 어떤 의미도 없다. 그 구분은 동일한 목적 달성을 위한 도달방식의 차이를 의미하며,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에 비해 도덕적으로 우월하거나 문제해결 능력을 더 갖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한국 사회의 지식인들은 언제부터인가 좌파 지식인으로의 소속을 선호한다. 그러한 소속 자체가 지식인의 양심을 채워주는 것도 아니고 일종의 허위의식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지난해 말부터 어제 선거일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한국의 지식인들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국가적 위기감을 느낀 보통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올 때 이들은 게을렀고 안일했다. 행동하지 않았다. TV 프레임에 갇혀 사안을 제대로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법치와 순리가 무너지는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보면서도 분노하기는커녕 대통령과 애국주의자들을 글이나 말로 히죽거리고 저주하기에 바빴다. 대통령이 권좌에서 끌어내려져 감옥에 갇히기까지 거실에 앉은 TV시청자였을 뿐이다.

어떤 지식인은 최근 ‘범 진보정부의 어용지식인이 되겠다’는 발언을 하고, 이를 ‘사실에 의거해서 제대로 비판하고 옹호하는 역할’로 설명한 바 있다. 이 지식인은 얼마 전 ‘핵보다 미세먼지가 더 위험하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많은 지식인들은 자신의 무지와 몰인식을 고귀한 전문가적 인식으로 미화시키고 아무런 근거도 없이 타인에 대한 우월적 이성에 도취해 있다. 어설픈 좌파 지식인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우상이 되고 있고, 이러한 저급한 토양이 성숙사회로의 열망을 좌절시키고 있다. 언제까지 이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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