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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폭탄 돌리기식 임시방편 대책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

[칼럼] 폭탄 돌리기식 임시방편 대책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

기사승인 2017. 10.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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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정희수(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정희수 KEB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그 동안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수많은 가계부채 대책을 시행해 왔으나 결국 1400조원 수준까지 이르렀다. 과거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의 내용을 보면 담보인정비율(LTV) 또는 총부채상환비율(DTI)을 통해 양적 규제가 이뤄졌고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율 개선을 통한 질적 구조를 개선하는데 집중됐다. 이러한 대책으로 가계부채의 증가속도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으며 결과적으로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부동산·건설 경기가 그나마 저성장을 버티는 원동력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시장에 충격을 줄만한 강력한 대책을 실행하기 어렵다는 정책적 한계가 존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 정부 초기에 총량관리제를 제기한 후 다소 후퇴한 모습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주택 정책과 가계부채 대책을 연계하여 수급을 동시에 고려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이다.

8·2 부동산 대책으로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일시적으로 둔화시킬 수는 있지만 공급중심의 대책은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지난 10여년 동안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축적된 가계부채를 한두 가지 정책으로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이번에 발표될 가계부채 대책은 신DTI 및 총체적상환능력심사(DSR) 제도를 도입해 차주의 상환능력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취약차주에 대한 연체 전후 관리를 체계화하는 내용과 함께 임대사업자에 대한 규제,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전 대책에 비해 수요를 억제하는데 중점을 둔 것은 바람직하나 추가적으로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다.

첫째, 실수요자·투기수요자 등 차주의 특성에 따라 대책을 이원화해야 한다. 대출 목적에 상관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실수요자에게 불이익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증가의 근본적인 원인이 투기적 수요에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둘째,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구분하여 세분화된 대책이 필요하다. 주택담보대출의 건당 규모가 크고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70%를 상회하나, 위기 상황에 더 취약한 부문이 신용대출이기 때문이다. 신용대출은 대부분 생활자금으로 소진되기 때문에 주택담보대출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며, 대출한도에 대한 철저한 관리도 중요하다.

셋째, 다중채무자에 대한 관리 대책이 필요하다. 저신용·저소득·다중채무자 등을 포함한 취약차주 대출 중 제2금융권의 대출 비중이 67%에 이르고 있다. 은행권에서 대출한도를 채웠거나 은행권 대출을 이용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몰리기 때문이다.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해 다중채무자에 대한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다.

넷째, 취약 차주에 대한 선별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체계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오래된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확대될 경우 도덕적 해이가 만연돼 성실 상환자에 대한 역차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연체 전후 원금 상환 유예, 담보권 실행 유예 등의 조치는 금융회사의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취약 차주에 대한 지원 정책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지원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신DTI 및 DSR 제도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은행의 자율적 운영에 맡겨야 한다. 이 경우에 은행 간 과열경쟁에 대한 우려는 있으나 은행의 상황에 맞게 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도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대책과 관련된 많은 내용이 이미 공개돼 있으나 과거의 대책과 차별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는 폭탄 돌리기식의 임시방편적인 대책보다 사회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가계부채 수준을 유지하는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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