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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흙의 건강’이 곧 ‘사람의 건강’

[기고]‘흙의 건강’이 곧 ‘사람의 건강’

기사승인 2017. 10.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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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본 -허건량 차장
허건량 농진청 차장
우리가 먹는 음식의 95%는 흙에서 난다. 흙은 식물이 자라는 배지(培地)이자 산실이다.

흙의 건강이 인간의 건강을 담보한다 해도 무리는 아니다.

흙은 곤충과 미생물의 보금자리이며 생명을 살리고 물질이 순환하는 통로다.

수질을 정화하고 수자원과 탄소를 저장해 온난화를 막아주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흙은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땅’으로서 그 가치를 존중받아 왔다.

과학적으로 흙은 물·바람·온도가 어우러진 풍화작용으로 바위가 부서져 생긴 가루에 동식물에서 유래한 유기물이 합쳐져서 탄생된다.

흙 1㎝가 쌓이는 데는 200년 이상의 세월이 걸린다. 거기에 식물이 자라기 좋은 비옥한 흙으로 표토가 형성되려면 100년 이상의 시간이 더 흘러야 한다.

이러한 흙이 도시화, 산업화, 기계화된 집약영농 등으로 인해 심각한 위기에 처해있다.

2015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가 발간한 ‘세계 토양자원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 지구적으로 토양의 침식, 토양 유기탄소의 감소, 토양오염 등이 흙의 기능을 위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선 산지가 많은 지형과 여름철 집중 강우로 인해 토양침식이 자주 일어난다.

두 번째, 화력발전이나 자동차 배기가스 등에 의해 생긴 산성 물질이 대기 중으로 날아가 비나 구름, 안개 등의 형태로 땅에 내리는 산성 강하물의 영향으로 산성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세 번째, 농경지에 인위적으로 투입되는 양분의 양이 작물이 필요로 하는 양보다 많아짐에 따라 양분 과잉현상이 초래됐다.

최근 들어서는 국지적 마른장마, 여름철 강수 부족과 폭염 등 기후 변화도 흙의 기능 상실을 부추기고 있다.

‘흙의 위기’를 우려하는 시대를 맞아 흙의 지속 가능성과 생태 복원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흙은 인류에게 식량·쉼터를 제공할 뿐 아니라 생물다양성 유지, 지하수 정화, 오염물질 정화에 지대한 역할을 한다. 흙이 유실되거나 그 기능이 저하되면 인간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온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흙의 전통적인 가치에 ‘토양안보’라는 새로운 개념이 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2015년 ‘흙의 날’을 법정 기념일로 제정하면서 적정량의 비료공급과 공익형 직불제로 농업환경 보전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식량생산과 환경 건전성을 위해 농경지 토양의 화학성과 양분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해 양분의 불균형을 개선하고 토양을 개량하고 있다.

밭 토양의 침식 위험성을 분석하여 토양 보전을 위해 적용해야 할 기술도 개발 중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우선시되어야 할 일이 지속적인 토양관리이기 때문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50여 년 동안 축적해온 토양환경정보시스템(흙토람)의 각종 토양 환경 정보는 흙의 위기 속에서도 농업환경을 보전해나가는데 필요한 정책을 뒷받침해줄 든든한 보물이다.

흙은 농업 생산의 귀중한 자산이자 육지 생태계를 지탱하는 기반이다.

유한한 자원인 흙의 무한한 가치에 눈을 돌려보자.

건강한 흙이 지닌 생명력을 복원하고 보전하는 동시에 생명의 모태인 흙의 가치를 재인식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우리의 삶이 흙과 생태적으로 균형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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