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가 논란이 된 것은 하루 이틀이 아니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17일 발표한 평택국제대교 붕괴 사고 관련 조사결과는 비정규직 문제가 고용의 영역을 넘어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평택국제대교의 시공을 맡은 대림산업은 70년 역사를 지닌 굴지의 건설사로 ‘다리’를 잘 짓기로 이름난 회사다. 또한 이 대교를 지을 때 쓴 공법 역시 30년 이상 사고 없이 잘 사용하던 기술이어서 사고 당시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때문에 조사결과는 충격적이었다. 표면적으로 평택국제대교의 붕괴는 설계 오류와 부실시공에 따른 것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비상식적인 현장운영이 원인이 됐다.
평택대교 현장은 현장대리인과 품질담당자 등 중요한 현장 기술자들이 비정규직으로 구성되면서 꼼꼼히 살펴야 할 의무가 있는 사전 설계도서 검토 단계에서 오류를 파악하지 못했다. 시공과정에선 설계상 하자를 알 수 있었음에도 임시방편 조치로 일관했다.
통상적으로 설계상 오류를 발견하면 현장대리인이 본사에 보고해서 설계변경이나 재시공 절차를 밟는다. 비용이 더 들고 공기가 연장되는 결정이지만,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는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소리를 내기 힘든 비정규직 현장대리인에게 이런 책임감이나 ‘용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흔히 싸잡아 ‘노가다’라고 무시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경험이 요구되는 현장관리 직급들이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일수록 이들 직급은 본사의 기술사나 노련한 경험자들이 맡는다. 사실상 이들 손에 시설물 안전이 달렸다.
최근 건설 업황이 어려우면서 현장 상황에 따라 비정규직을 쓰는 건 흔한 일이 됐다. 그러나 현장대리인 같은 ‘책임지는’ 자리까지 비정규직으로 채우는 건 시설물 안전을 볼모로 삼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