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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에 빠진 ‘돼지열병’ 감염경로… 北에서 넘어왔나

미궁에 빠진 ‘돼지열병’ 감염경로… 北에서 넘어왔나

기사승인 2019. 09.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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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전파경로 전방위 조사
포획틀 설치, 주변 야생돼지 검사
태풍으로 오염수 유입됐을 수도
경기북부 하천 오염여부도 확인
ASF 방역작업
19일 경기도 연천군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농장에서 방역당국이 출입차량을 소독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감염경로를 찾기 위해 정부가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ASF가 발생한 북한과 이번에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이 지리적으로 근접한 만큼 전파 가능성을 열어놓고 조사에 착수했다. 전문가들도 이달 초 발생한 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넘어왔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환경부는 19일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북한에서 유입되는 임진강·한탄강·한강하구 등에서 시료를 채취해 ASF 바이러스 검사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천수에서 바이러스 검사를 하면 검출률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바이러스 존재 여부는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환경부는 전날 두 번째 확진 판정을 받은 연천 농장 주변이 야생 멧돼지가 살기 좋은 환경임을 확인하고 이 지역에 포획틀을 설치해 인근 멧돼지의 바이러스 감염 여부도 검사하기로 했다. 최근 태풍 등의 영향으로 북한에서 떠내려온 멧돼지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직접 접촉이 있어야 감염되는 ASF의 특성상 농장 관계자나 돼지에게 주는 남은 음식물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옮겨졌을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사 결과 파주와 연천의 농장주와 가족은 최근 ASF 발병국을 포함 해외로 나간 기록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농장에서 일하는 네팔 국적 외국인 근로자 1명이 지난 5월 본국에 다녀왔지만 네팔에서는 ASF가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해당 농장은 사료 외에 잔반 급여는 하지 않아 남은 음식물로 인한 감염 확률도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이번 조사는 이처럼 뚜렷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 농장 2곳 모두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풀이된다.

관련 전문가도 이달 초 발생한 13호 태풍 ‘링링’의 영향으로 북한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수 있다고 봤다.

북한은 지난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자강도 지역에서 ASF가 발생했다고 신고한 바 있다. 신고 건수는 1건이지만 북한의 열악한 방역 체계를 감안하면 북한 전역으로 확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과거 사례 등을 돌아봤을 때 북한에 ASF가 확산된다는 것은 합리적으로 추론이 가능하다”며 “이달 초 태풍이 남북간 접경지역을 통과한 시기와 파주와 연천에서 ASF가 발생한 시점이 잠복기를 감안했을 때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어 “태풍이 이 지역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ASF에 오염된 동물 사체의 일부나 분비물 등이 빗물과 시내물 등에 섞여 내려와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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