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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儒商] ‘以義生利’ 청년 호암의 도전

[한국의 儒商] ‘以義生利’ 청년 호암의 도전

기사승인 2016. 04. 10.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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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 6
"개인이 부유해도 사회가 빈곤하면
개인 행복 또한 보장받지 못한다"
만원으로 시작한 합동정미소 사업
'인류 사회공헌·正道 경영'에 첫 발
 

 공자는 "의로써 이익을 생기게 하고, 이익으로써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義以生利, 利以平民)《『춘추좌전』「성공2년」》라고 했다. 상인이 사업을 하는 것은 품질이 좋은 물품을 생산하고, 판매하고, 유통시킴으로써 사람들에게 더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함이다. 

 그러한 상업 활동은 의로운(義) 것이고, 그 의로운 행위를 통하여 이익이 창출되고, 그 이익은 관계되는 여러 사람들에게 배분되며, 이로써 사람들은 편안하게 삶을 살아 갈 수 있게 된다.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오늘날의 삼성전자는 연매출액 200조, 당기순이익 20조가 넘는 세계 최대의 글로벌 기업 중 하나이다. 이 회사는 컴퓨터, TV, 디지털카메라, 가전, 핸드폰, 통신기기, 반도체 등 필요한 제품을 생산 판매함으로써 인류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하고 있다. 이러한 의로움(義)으로써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은 10여만 명의 종업원과 수십만 명의 관련기업 직원, 12만여 명의 주주와 그 수혜자등 수백만 명의 생활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은 일본 와세다 대학을 2년 중퇴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한 동안 실의에 빠져 무위도식하며 지냈다. 그의 나이 26세 때인 어느 날 밤늦게 집으로 돌아와서, 문득 악몽에서 깨어난 듯이 허송세월을 청산하고 뜻을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러면 무엇을 할 것인가? 그는 여러 모로 생각한 끝에 사업에 뜻을 세우기로 하였다. 

 왜 사업을 선택하였는가? 그 당시 지식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대체로 세 가지였다. 첫째는 만주 등지에 가서 독립운동을 하는 것, 둘째는 식민지의 관리가 되는 일, 셋째는 사업하는 일 등이 있었다. 그 중에서 사업을 선택한 이유를 그는 "독립을 위해서 투쟁에 투신하는 것 못지않게 국민을 빈곤에서 구하는 일 또한 시급하기 때문이다. 식민지의 관리생활이란 떳떳하지 못하다. 사업의 길을 찾는 것이 성격에 가장 알맞다"라고 했다. 

 이병철 회장은 사업에 뜻을 굳히고 나서 그의 생각을 부친에게 말했다. 그의 부친은 "마침 너의 몫으로 연수 3백 석쯤의 재산을 나누어 주려던 참이다. 스스로 납득이 가는 일이라면 결단을 내려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그 당시 연수 3백 석의 재산은 동네에서는 부자란 말을 들을 정도로 생활하기는 넉넉하나 사업자금으로는 많은 돈이 아니었다. 그래서 합천의 정현용, 박정원과 같이 동업을 하기로 했다. 그의 나이 26세인 1936년에 3인이 각자 1만 원씩 출자한 3만원과 식산은행에서 3만원을 대출받아 정미소를 차렸다. 그 상호를 합동정미소로 하였다. 

 그는 사업의 정의를 "한 개인이 아무리 부유해도 사회전체가 빈곤하면 그 개인의 행복은 보장받지 못한다.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 그것이 사업이며 따라서 사업에는 사회성이 있고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 또한 사회적 존재이다"라고 했다.

 흔히 사람들은 정도(正道)를 무시한 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려고 한다. 돈을 번 후에도 그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 속담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말이 생긴 것이다. 즉 돈을 벌 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좋으나 쓸 때는 다른 사람을 억압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서 써야 한다는 것이다. 공자는 한 걸음 더나가 "부귀는 사람이 바라는 바지만, 정도로써 얻은 것이 아니면 누리지 않는다"(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論語』「里仁」》고 했다. 돈은 정도로 벌어야하고, 사회의 발전을 위해 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앞에서 말한 유상(儒商)의 정신이다.

 이병철 회장은 부를 얻을 목적으로 상인이 된 사람과 달리 독립운동이 나라를 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업이 국민을 빈곤에서 구하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상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돈만을 벌려고 상인이 된 사람과는 그 출발부터 달랐다. 그가 사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국민을 빈곤에서 구하는 의로운 사업을 수행하여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으로 국민을 편안하게 한다는 이의생리(以義生利)의 정신을 가졌다. 기업가적 혁신으로 경쟁자들에 비해 사회 구성원들의 삶을 더 편안하게 함으로써 이익을 얻는 게 오늘날 기업가 정신이다. 그러나 상인들 중에는 오로지 돈만 벌 수 있다면 소비자들의 믿음을 배신하는 것조차 식은 죽 먹기처럼 하고, 돈을 번 후에도 근래의 갑질 논란에서 보듯이 부(富)의 위세로 다른 사람에게 인격적 모욕을 줘도 되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일시적으로는 돈을 모아 부자 반열에 오를지 모르지만 결코 오래 지킬 수 없다. 오히려 그 돈 때문에 패가망신한다. 그러므로 오늘날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의생리(以義生利) 정신을 실천해서 기업가로서의 자부심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글=이제홍 태성회계법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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