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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2주년] “이 시대 평화의 접근법과 해법은”…정근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창간 12주년] “이 시대 평화의 접근법과 해법은”…정근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

기사승인 2017. 11. 09.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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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평화에 대한 실질적 접근법 제시
전세계적·동아시아·남북관계·사회내부 등 4가지 측면에서 평화 분석
“모든 차원서 새로운 접근…양극화 해소, 포용·배려” 평화위한 해법 제시
정근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원장1
정근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사진=이병화 기자photolbh@
“과거에는 평화라는 것이 전쟁과 대립되는 개념이었다면 근래에는 학교·가정·직장 등 일상 생활과 가까운 다양한 형태에서의 폭력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평화의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이제 평화는 학문적인 담론이 아니라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중요한 과제다.”

정근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장은 올해 창간 12주년을 맞는 ‘글로벌 종합일간지’ 아시아투데이와의 창간기획 특별인터뷰에서 ‘이 시대에 왜 평화가 중요한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정 원장은 평화 개념을 △전 세계적 테러리즘과 폭력 △동아시아적 맥락에서의 각종 분쟁 △남북관계와 북한의 군사위협 △다문화 사회에서의 약자·소수자 문제 등 4가지 측면으로 분석했다. 정 원장은 “모든 차원에서 전부 새로운 접근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원장은 우리 사회 내부적으로 평화를 회복하는 방법에 대해 “양극화의 극복과 포용·배려”를 제시했다. 서로 간의 격차와 차별에서 비롯한 양극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평화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정 원장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용, 약자들에 대한 배려가 평화를 달성하는데 매우 중요하다”며 “포용이나 배려라는 말은 굉장히 추상적인 단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아주 절실히 요구되는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단어들”이라고 강조했다.

정근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원장11
정근식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원장./사진=이병화 기자photolbh@
-지금 왜 평화이며 평화가 중요한가?

“세계 사회주의 체제가 1990년대에 해체되면서 모든 인류가 이제는 평화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체제가 해체된 이후 오히려 여러 지역에서 민족주의적인 또는 종교적인 분쟁이 커졌다. 특히 2001년 미국의 테러에서 상징되듯이 아주 복잡한 통제되지 않는 폭력이 지구적으로 난무하는 시대가 됐다. 세계적으로 보면 2001년 이후에 세계는 각종 형태의 테러에 시달렸고 그러면서 평화가 좀 더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 평화는 그전까지만 해도 하나의 관념 또는 담론이었는데 지금은 세계의 여러 지역에서 시민들이 일상을 위협받는 적나라한 폭력에 시달리게 됐으며 그럴수록 평화는 하나의 현실이 됐다.”

-평화라는 개념이 이제는 단순히 폭력과 전쟁을 넘어 여러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 같다.

“평화는 세계적인 맥락에서 테러리즘과 폭력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측면이 있고, 남북 민족사적 맥락에서는 북한의 군사적인 위협이 있다. 이 두 가지, 세계와 한반도 차원의 중간에는 동아시아적 맥락에서의 평화가 있다. 1990년대 이후 한국과 중국, 일본 사이에는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영토분쟁이나 국경분쟁이 발생하고 있는데, 유럽의 통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유럽의 평화공동체와 같은 동아시아 평화공동체가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하지만 아직 한·중·일 사이에는 다양한 형태의 분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평화를 위협하는 잠재적인 요인으로 남아 있다.

우리 국내 내부적으로는 다문화 사회가 되면서 어떻게 하면 소수자들을 다양하게 포용하면서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하는 차원에서 평화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국제결혼을 통해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왔고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들이 국내 정치체제 속에서 어떻게 하면 안정을 갖고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 많다. 이 같은 국내 사회적인 맥락과 남북관계에서의 평화라는 것이 아주 절실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한 차원의 평화와 동아시아 차원의 평화 문제까지 크게 보면 4가지 차원에서 평화라고 하는 것이 부각되고 있으며 연구·교육 등에서 전부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와 있다.”

-남북으로 분단된 우리에게는 지금 평화라는 개념이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국전쟁에 따라 전쟁의 반대 개념으로 평화가 상당 정도 이야기됐고, 오랫동안의 냉전과 분단시대에서 일종의 냉전 평화가 지속됐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북한의 핵개발이 본격화되고 미사일 개발이 이뤄지면서 이제 점점 더 우리 국민들에게 평화는 단지 관념이 아니라 ‘통일보다 더 중요한 것이 평화가 아닐까’ 이런 생각을 실감하게 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해 급속한 속도로 북한의 핵무기가 개발되고 미사일 시험이 지속되면서 전쟁의 위협이 가시화됐다. 한국전쟁이 종료된 이후 약 70년간 한국 국민들은 전쟁을 잊어가고 망각해가는 과정에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핵문제가 본격화되고 북·미 간 실제하는 전쟁으로 번질지도 모른다고 하는 위험이 우리 사회를 깊숙하게 파고 들면서 평화는 관념이나 학문적 담론이 아니라 실제 현실과 일상을 지배하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한 통일 문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가 분단 이후 지속적으로 통일을 이야기해왔지만 이런 상황에서 독일과 같은 급속한 통일은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한반도형 통일은 독일처럼 갑자기 찾아오기 어렵고 훨씬 더 장기적이고 누적된 과정을 거쳐서 이뤄지는 것이라는 인식이 아주 강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민족적인 과제가 통일이라고 할지라도 지금 더 절실한 것은 통일보다는 평화다. 그래서 상호 교류·소통이 더 시급한 것이다. 교류와 소통을 통해 만들어지는 신뢰를 바탕으로 아주 장기적으로 통일을 구상할 수 밖에 없다.”

-정치·경제는 물론 학교·가정·직장 등 일상 생활에서의 평화도 정말로 절실히 느껴지고 있는데?

“우리 사회는 1990년대 후반 이래 새로운 유형의 다양한 폭력 현상에 노출되고 있다. 학교폭력 문제가 한때 굉장히 중요한 문제였고, 가정폭력도 과거에는 사생활의 영역에 속했지만 이제는 공적인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직장과 대학사회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인권침해가 폭력과 연결되고 있고, 다문화 현상뿐만 아니라 여러 소수자들에 대한 인권문제와 함께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것이 다양한 형태의 폭력문제다. 이 폭력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그리고 우리 사회 내적으로 평화를 어떤 식으로 다시 회복할 것인지에 대해 새로운 각도에서의 문제제기가 이뤄지고 있다. 옛날에는 평화라는 것이 전쟁과 대립되는 개념이었다면 근래에는 일상생활과 가까운 다양한 형태의 폭력과 대비되는 개념으로 평화의 문제가 등장하고 있다. ”

평화는 2가지의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아주 강력한 권위에 의해서 질서가 만들어진 평화,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질서가 만들어졌을 때 평화가 이뤄진다는 사상이 있다. 또 한 가지의 평화는 정확하게 주고받는 약속이 이행되는 상황에서 평화가 이뤄진다는 개념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의 평화(平和)는 글자 자체에 의미가 담긴 것처럼, 쌀·벼를 고루 같이 나눠 균등하게 먹는다는 뜻이 있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평화는 1990년대 이후에 벌어지기 시작하는 양극화의 문제를 어떻게 잘 관리하고 다룰 것인지,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때 우리 사회의 평화가 다시 돌아온다는 측면도 있다. 갈수록 커지고 있는 사회적 양극화를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것인지, 양극화 극복이 평화를 다시 회복하는 굉장히 중요한 지름길이라는 생각들이 점점 더 시민사회에서 커져가고 있다.”

-우리가 평화를 달성하는데 있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게 있다면?

“다른 것, 차이에 대한 인정과 공존이 평화를 달성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적으로 돌린다거나 사회적인 타자화, 배제하는 방식으로는 평화를 달성하기가 어렵다. 차이를 인정하고 자유롭게 소통하며 포용하고 배려해야 한다. 약자들에 대한 배려나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포용이 평화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포용이나 배려와 같은 말들은 굉장히 추상적인 단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아주 절실히 요구되는 구체적인 단어들이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는 평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평화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차원에서 접근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이 대학이나 시민사회에서 경주되고 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도 그런 각도에서 ‘평화 인문학’이라고 하는 아젠다를 연구하고 있다. 연구원은 평화 인문학을 새로운 학문 분야로 발전시키고 정립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의 평화교육이 어떤 식으로 진전되고 있는지, 또는 우리나라에서 통일교육이 어떤 식으로 진전되고 있는지에 대해 대학 내부의 인문사회 분야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이나 농과대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평화 문제를 함께 아우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 여러 대학들과 평화문제를 같이 토론하면서 좀 더 진전된 평화를 연구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연구원의 현재 구체적인 활동과 함께 향후 계획이 있다면?

“1학기에는 통일 아카데미라는 제목으로 구체적인 통일문제를 공부하고 같이 토론한다. 가을에는 평화 아카데미를 통해서 평화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아직까지 통일문제에 비해 평화문제는 국민들에게 낮선 측면이 있다. 평화문제를 더욱 진지하고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평화 아카데미를 통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가을부터는 우리가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해마다 평화의 책을 선정해서 그해 나온 연구성과 중 가장 우수한 성과를 평화의 책으로 지정해서 행사를 하고 있다. 평화인문학이라는 주제로 8년째 연구 사업을 하고 있고 그 결과로 다양한 평화의 책 시리즈를 내고 있다. 경기 파주에서 해마다 열리는 책 축제 ‘북소리’라는 행사에서 평화의 책을 선정하고 그 저자를 모셔서 시민들과 함께 책의 취지와 의미를 분석하는 모임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평화 인문학 연구와 평화 교육·학습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평화라고 하는 문제를 좀 더 친근하게 사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평화하고 하는 것은 단지 서양에서 수입된 사상이나 개념이 아니라 한국사회에서 고유하게 옛날부터 존재했던 것이다. 따라서 한국인의 평화사상을 정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세미나 등을 통해 우리의 평화문화·철학을 사상적으로 정립해야 한다. 이를 정립하기 위한 세미나를 연구원이 지속적으로 열고 있다. 아울러 분쟁지역을 직접 탐방해서 어떻게 평화가 깨지고 있는지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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