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월세에 대한 과세는 시기상조 아닌가

[칼럼]월세에 대한 과세는 시기상조 아닌가

기사승인 2014. 03. 11. 10: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월세 소득자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집주인들의 강력한 반발에 따라 발표 1주일 만에 대폭 유보되는 등 혼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졸속적인 조세관련 정책의 모습은 지난해 월급쟁이들의 유리지갑에 세금 폭탄을 안기려다 엄청난 저항에 부딪혀 결국 대통령의 긴급지시로 불발된 후 두 번째라는 점에서 조세정책의 신뢰성에 큰 상처를 남기고 있다. 특히 이번 기획재정부의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여당의 지지 기반인 중산층과 그 중에서도 서울의 강남지역 주민들에게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지난달 26일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의 첫 실행 방안으로 발표했는데 그 핵심은 올해부터 2주택 월세 소득자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안은 발표된 지 1주일 만인 지난 5일 전격 수정됐다. 과세를 2년 미뤄 2016년부터 시행하되, 전세와 월세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세를 놓는 집주인들에게도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으로 수정된 것이다. 그러나 기준 시가 9억 원이 넘는 집을 가진 1주택자와 2주택자 중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사람 그리고 3주택 이상 보유자는 모두 올해 5월부터 세금이 부과된다. 이렇게 갈팡질팡하는 조세정책에 대해 비판이 거세지고 있으며, 이는 모처럼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던 주택시장에 큰 혼란을 주게 될 것이다.

또 정부 내에서도 각종 규제완화 조치로 활기를 띠었던 주택시장이 정부의 선진화 방안 발표이후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6일 정홍원 국무총리는“최근 국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 정책이 발표 후 번복되는 사례가 발생해 혼란을 초래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불신으로 이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는 월세 대책을 내놓았다가 1주일 만에 번복한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경제팀의 ‘졸속 대책’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번 소동의 문제점은 먼저 기재부가 발표 1주일 만에 스스로 큰 결함을 발견하고 대폭 수정함으로써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스스로 먹칠을 했다는 점에 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이 이렇게 갈팡질팡한다면 국민의 경제생활은 파탄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책 변경에서 오는 여러 가지 파급효과에 대한 고려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입안한 대책이라는 문제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수익금은 차입금이라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무시하고 월세와의 형평성을 고려한다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어 전세에 대한 과세를 전격 결정한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이는 임대시장의 근간을 흔들 수 있어 신중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월세에 대한 과세가 자동적으로 의료보험수가의 대폭적인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사실 또한 전혀 고려치 않은 것도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2주택자와 3주택자 간의 형평성도 문제가 제기된다. 연간 소득이 1980만원으로 같다고 해도, 월세가 66만원인 주택 3채를 가진 것보다 월세 99만 원짜리 주택 2채를 보유한 사람이 더 큰 혜택을 받는 것도 조정되어야 했다.

특히 우리나라 중산층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재산목록 1호는 주택이다. 그러므로 빈부가 주택의 소유 여부에 의해 갈라진다. 이중 월세를 받는 사람들은 대체로 중산층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들 중산층은 대한민국의 버팀목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월세 수입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지 않다가 별안간 세금을 물리겠다고 하니 당연히 많은 조세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물론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을 물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인간사회에는 관습이라는 것이 있다. 이 같은 관습을 급격하게 고치는 것이 바로 혁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하다. 그리고 그 피해의 대상은 여당의 지지기반인 중산층 그것도 서울 강남지역 주민이 직격탄을 받게 됐다는 데서 그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유하자면 세금은 거위 털을 뽑듯이 해야 한다는데 기획재정부는 계속 거위가 비명을 지르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결정이 졸속과 시기상조인 까닭은 아닌지 깊이 반성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