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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효도 각서’와 ‘효도 절세’

[칼럼] ‘효도 각서’와 ‘효도 절세’

기사승인 2016. 02. 2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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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환 대기자 칼럼
늙은 부모를 모시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자녀가 늘어나자‘불효자방지법’이 발의되더니 이제는 ‘효도 각서’서식이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젊은 세대와 달리 50~60대는 힘이 들어도‘부모를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효도세대들이다. 이들이 죽고 나면 이 땅에서‘부모 봉양’이라는 말이 남아있기나 할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부모 부양과 관련, 관심 끄는 판결이 있다. 대법원이 부모와 맺은 ‘효도계약’을 지키지 않은 아들에게 증여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자식이 해야 할 효도를 하지 않아 ‘효도 계약’을 맺은 것도 씁쓸하고,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재산을 돌려받는 것도 씁쓸하다.

아버지 유 모씨는 2003년 아들에게 20억원 상당의 단독주택과 임야를 물려주며 효도각서를 받았다. 내용은 “부모님과 같은 집에 살며 부모를 충실히 부양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계약해제나 다른 조치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의 생각은 달랐다. 아들은 어머니의 거동이 불편해지자 모시지 않고 아예 요양시설에 입원하라고 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집을 돌려달라고 했고 아들은 오히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아파트가 왜 필요 하냐”며 대들었다. 아버지는 아들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각서에 명시된 ‘충실히 부양 한다’는 조건은 일반적 수준의 부양을 넘어선 것”이라며 “아들은 아버지에게 집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시했다. “당시 부동산을 증여한 행위는 단순 증여가 아니라 효도 의무 이행을 전제로 한 ‘부담부증여’로, 불이행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었다.

이 판결 후 인터넷에선 ‘효도각서 서식’이 떠돌았다. “상기 아무개는 부동산 ○○○을 부 ○○○로부터 증여받고 자식으로서 의무를 다하고 봉양할 것을 약속하며 효도를 성실히 이행 안 한다고 부모님이 판단할 시 언제라도 상기 증여 받은 부동산을 부모님에게 돌려 드린다”는 내용이다. 부모-자식 사이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안타깝다.

부모의 재산만 몽땅 챙기고 부양하지 않는 자식들에겐 불효자방지법이 약이다. 국회에는 불효자방지법 2건이 발의돼 있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서영교 의원은 지난해 9월에 불효자방지법을 발의했다. 내용은 증여를 받은 자식이 부양의무를 소홀히 할 경우 재산을 부모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불효자방지법은 부모 자식 간에 ‘부양분쟁’이 있을 것에 대비, 권리와 의무를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돈과 관련된 일이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법은 아니다. 야박한 법이다. 이런 일이 생긴 것은 ‘부모를 모시기는 싫지만 부모의 재산을 탐내는 못된 자식들’ 때문이다. 가슴이 아프지만 현실이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불효자방지법 없이 자녀가 부모에게 효도하고 부양하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올해부터 부모를 모시면 상속세를 줄여주는 게 한 방안이다. 부모와 한 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 자녀에게 집을 상속할 경우 공제율이 40%에서 80%로 높아진다. 5억 원짜리 집을 상속할 때 같이 살면 900만원, 따로 살면 8000여만 원의 상속세가 나온다. 7000만원 이상 세금이 준다. ‘효도 절세’다.

효도 절세는 그러나 한 집에서 10년 이상 함께 살아야 하고 자녀가 무주택자여야 한다. 이 조건에 맞지 않으면 혜택이 없다. 그래서 이 제도는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보기 어렵다. 함께 사는 기간을 더 낮춰야 수혜자가 늘어난다. 기간을 정해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만 교묘하게 부모를 모시는‘얌체효도’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달지 않고 부모를 모시고 사는 동안은 모든 세금을 면제해준다고 하면 어떨까? 자녀들이 서로 모시려 할 것이다. 부모의 천국이 오는 셈이다. 부모와 함께 사는 것만으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재산세, 자동차세, 주민세, 소득세, 상속세 등을 모두 면제한다면 ‘부모 모시기 쟁탈전’이 벌어질 것이다.

세수가 줄더라도 과감하게 세금을 면제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가 2가지 있는데 하나는 부모 부양이고 하나는 자녀 출산이다. 부모를 부양하는 동안, 자녀를 2명 혹은 3명 낳을 경우 세금을 면제한다고 해보자. 자식들 간에 부모 부양 혈투가 벌어지고 가임 연령대의 부부라면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드는 소동도 벌어지지 않을까?

부모에 대한 부양이나 자녀 출산은 가정의 행복을 위한 필수요건이다. 그렇지만 경제적으로 어렵고, 힘이 든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모두를 게을리 하고 있다. 심지어 거부하고 있다. 부모 부양도 거부하고 자녀 출산도 거부하고 있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수고와 고통이 있어야 하는 데 이게 바로 부모를 잘 부양하는 것과 자녀를 출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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