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칼럼] 핵 폭탄보다 무서운‘파나마 페이퍼스’

[칼럼] 핵 폭탄보다 무서운‘파나마 페이퍼스’

기사승인 2016. 04. 11. 11:3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전 세계가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차린 사람의 이름을 폭로한 ‘파나마 페이퍼스’로 난리다. 마치 핵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지구촌의 많은 지도자들이 정치적, 사회적 생명이 위태롭게 됐다. 어떤 나라는 총리가 사임하고 대통령이 전전긍긍하고 지도력이 흔들리고 있다.


 

핵폭탄이 떨어지면 떨어진 나라만 고통스럽지만 이번에 폭로된‘파나마 페이퍼스’는 세계 각국의 대통령과 총리 등 정치지도자, 경제인과 스포츠 관계자등 많은 사람들을 떨게 만들었다. 심지어 북한 관련 이름도 나왔다. 불법행위 사실 여부를 떠나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기만 해도‘부정한 돈’을 숨겼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거명된 건수는 무려 1150만 건,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이름이 나올지 모른다. 탈세나 자금유출을 위한 게 아니라 순수하게 사업상, 혹은 미래를 생각해서 페이퍼 컴퍼니 (유령회사)를 세운 사람들까지도 아침이 오는 게 두려울 것이다.

 

파나마 페이퍼스에 가장 먼저 손을 든 사람은 아이슬란드 총리다. 그는 비난 여론에 사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들, 중국 시진핑 주석의 매형,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아버지,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 등도 이름이 올라 고통을 받고 있다. 영국 총리는 해명을 제대로 못해 큰 애를 먹고 있다. 푸틴은 서방의 음모라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이번 문서에는 한국인 195명의 명단이 올라있다. 국세청과 금감원은 자료가 입수되는 대로 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아마 이미 자료를 입수해 조사에 착수했는지도 모른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재현씨도 페이퍼 컴퍼니 3개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나 말이 많다. 뉴스타파는 7개를 추가로 더 찾아냈다고 밝혔다.

 

노씨는 불법성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루벤 아로세메나(56) 주한 파나마 대사가 우리 금융당국이 노씨를 조사한다면 파나마 정부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아로세메나 대사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불법적인 목적으로 자행된 행위라고 한국 정부가 판단해 관련 정보를 요청한다면 모든 정보를 성심껏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지구상에는 버진아일랜드, 케이만군도, 버뮤다 등 50여 군데의 조세 피난처가 있다. 이곳에 회사를 세워 해외에서 번 돈을 빼돌리거나 국내에서 돈을 빼다가 이곳에 박아 놓는 것이다. 말 그대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서다. 비밀이 잘 보장돼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부정한 돈을 빼돌리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1150만 속에서 어떤 사람이 나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코리아’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을 때 1만건이 넘게 검색됐다고 하는 데 이미 밝혀진 195명 이외도 또 나온다고 봐야 한다. 전ㆍ현직 정치인이 나올지 기업인이 나올지 모른다. 그래서 뚜껑이 완전히 열리는 걸 겁내는 사람이 많다고들 한다.

 

이전에도 뉴스타파는 2012년부터 7차례에 걸쳐 조세회피 지역에 올라 있는 한국기업과 기업인의 명단을 공개했다. 명단 발표로 크게 처벌받은 인사는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세계적으로 명단이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195명 속에 누가 들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국세청은 2012년 202명을 조사해서 8258억 원을 추징했다. 2013년에는 211명에게 1조789억 원, 2014년 226명 1조2179억 원, 2015년에는 223명을 조사해 1조2861억 원을 물렸다.

올해는 이미 혐의가 무거운 30명을 조사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노씨가 등장하고 195명이 터졌다. 올 추징액은 지난해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5년 6월을 기준으로 국내 대기업은 조세회피처에 237개의 법인을 세웠다. 대기업 2곳 중 1곳이 세웠다. 지금은 더 늘었다고 봐야 한다. 이와 반대로 외국인 주식투자자 5명 가운데 1명은 조세회피처에 법인을 설립한 후 한국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문제는 이들이 탈세를 하고, 국부를 유출했는지의 여부다. 글로벌 경영을 하려면 조세회피처에 법인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영국 런던 중심가의 부동산 큰 손이 조세회피처에서 나온 돈을 이용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국내 증시도 조세회피처 돈이 많다. 조세회피처를 무조건 터부시하기보다 불법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각국 정부는 파나마 페이퍼스 명단 조사를 벼르고 있어 누가 다칠지 모른다. 구속되는 사람도 있고, 모든 직을 내려놓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세청이 손을 댔지만 검찰에서 철저하게 조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떻게 조사되고 처리될지 관심거리가 아닐 수 없다.

 

파나마 페이퍼스는 당사자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지만 한편으론 국제간 금융거래와 투자를 투명하게 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처벌받는 모습을 보면 조세회피처를 악용하려던 사람들도 정신이 바짝 들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이번 폭로를“좋은 뉴스”라고 했다. 탈세자들로부터 세금을 환수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