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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배우자 중심’ 상속세법개정은 대세다

[칼럼] ‘배우자 중심’ 상속세법개정은 대세다

기사승인 2014. 01.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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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남성환 기자 = 법무부는 최근 상속법 개정 최종안을 확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지금까지 자녀들에게 물려주던 상속의 개념은 배우자를 최우선으로 하는 새로운 시대로 바뀌게 된다.

이번 개정안의 요지는 상속 재산의 절반을 우선 생존 배우자에게 떼어주는 '배우자 선취분'이 수용된 것이다. 이는 가계의 재산은 부부가 함께 형성한 공동 재산으로 간주한다는 취지이며 따라서 세금도 물지 않게 된다. 또 나머지 50%의 재산을 나눌 때도 배우자가 자녀에 비해 1.5배 더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35억 원이고 자녀가 2명일 때 현행 상속세법은 배우자에게는 15억 원 그리고 자녀들에게는 10억 원씩이 돌아간다. 그러나 법이 바뀌면 배우자는 총 유산의 50%인 17억5000만 원인 ‘배우자 선취분’에 나머지 17억5000만 원의 3.5분의 1.5인 7억5000만 원을 더해 25억 원을 상속받게 되며, 자녀 2명은 17억5000만 원의 3.5분의 1인 5억 원을  각각 상속받게 된다. 

배우자 상속분을 늘리자는 법 개정은 우리나라로서는 24년 만에 추진되는 것으로 시대적인 조류이며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비슷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 중에서는 유독 우리나라만이 이를 무조건 ‘불로(不勞)소득’으로 보고 징벌적인 과세를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상속 재산에 대한 과세는 ‘3중과세’라는 지적도 있다. 소득이 있을 때, 본인이 사망 했을 때 그리고 배우자가 사망할 때 다시 최고 세율 50%가 과세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부가 평생 함께 일군 재산에 대해 사망한 배우자의 명의였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세를 매기는 것이 온당치 않다는 견해가 많다. 더욱이 미국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인간의 죽음을 과세 기회로 삼는다는 아이디어는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이라고 질타한 바 있다.

미국의 경우 1981년 세제 개혁을 통해 부부간 상속·증여에 대해 전액 과세를 면제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배우자 간 재산 이전에 면세를 하고 있다. 1970년대 캐나다와 호주에 이어 2000년대에는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스웨덴, 홍콩,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이 상속세를 폐지했다. 일본과 독일은 배우자에게 주택을 증여할 때 주거 안정 차원에서 별도의 공제 제도를 두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서 과감히 상속세의 족쇄를 풀어 경제 활성화와 가계(家計) 정상화를 촉진해야 한다. 이는 중소·중견기업의 가업승계 공제혜택 대상 기업을 매출 규모 2000억 원 이하에서 3000억 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공제율도 70%에서 100%로 늘리며, 공제한도도 최고 300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확대한 개정 상속세법이 지난 1일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비교해 볼 때 당연히 시행되어야 한다. 자녀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같이 분골쇄신하며, 가업을 일으킨 배우자가 더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무부의 상속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확정된다고 해도 이 법의 핵심인 세법 개정안을 기획재정부가 그 취지를 살린 입법안을 얼마나 빨리 내 놓을지는 심히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세수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획재정부로서는 엎친 데 덮친 상황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목표 세수도 달성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세금(상속세)을 줄여주는 법안을 만드는데 앞장섰다가 ‘나중에 그 뒷감당(?)은 어쩌나’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지난 2012년에 부과된 상속세(결정세액)는 1조7659억 원으로 2조 원에 미달하는 금액이다. 부가가치세나 법인세 등에 비하면 수십 분의 1에 불과한 세원이다. 따라서 상속세 감소에 대해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등 관련 공직자들은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의 폐지는 시대적인 요청인 동시에 세계적인 대세라는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자칫 보신주의에 굴복해서 이를 외면한다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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