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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늘엔 별, 마음엔 도덕률

[칼럼] 하늘엔 별, 마음엔 도덕률

기사승인 2019. 12.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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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근 변호사 사진
이우근 법무법인 충정 고문 / 숙명여대 석좌교수
겨울은 별들의 계절이다. 별은 겨울철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난다. 그 찬란한 별빛 아래 산타할아버지는 사슴 썰매를 타고 하늘을 날고, 크리스마스트리에는 은빛 금빛 별 장식이 달린다.

지난 시절, 살을 에는 추위 속에서도 시린 가슴을 따뜻이 녹여준 것은 저 높은 하늘에서 희망처럼 반짝이는 별빛이었다. 그 별빛이 있었기에 어두운 고통의 시절도 참고 견딜 수 있었다.

그 희망의 별빛이 희미하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시대를 지나고 있는 우리에게 올겨울은 유난히 을씨년스럽다.

힘 있는 누군가의 아이들처럼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써넣을 가짜 스펙은 꿈도 꾸지 못하는 10대들은 오늘도 고된 입시지옥에 내몰려 있고, 냉랭한 취업전선에서 줄곧 패자부활전을 치러야 하는 20~30대는 붙잡을 연줄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른다. 어린 자녀를 둔 40대는 위아래 세대에 끼인 채 활로를 찾지 못해 헤매는 중인데, 어느새 퇴직을 눈앞에 둔 50대는 가족의 생계 걱정으로 가슴에 피멍이 든다.

사회적·경제적 울타리를 잃고 단기 임시직 일자리에 만족해야 하는 60~70대는 그저 아들딸 손주들만이라도 큰 탈 없이 살아가기를 바라며 마음 졸인다. 그네들의 가슴에서 사라진 희망의 별빛을 어떻게 되찾아줄 것인가.

권력다툼과 정파싸움에 골몰하는 정치꾼들에게는 그 별빛을 기대할 수 없다. 희망 잃고 가슴 시린 민초들만 애처로울 따름이다. “곰곰이 생각을 거듭할수록 새로운 감탄과 경외(敬畏)로 내 마음을 가득 채우는 두 가지가 있다. 내 위로 별이 빛나는 하늘과 내 안의 도덕률이다.” 이마누엘 칸트의 묘비명인데, 그가 쓴 ‘실천이성비판’의 결론 부분에서 인용한 글귀다.

오늘 우리에게 닥친 혼란과 시련은 모두가 눈앞의 이익을 위해 양심을 저버리고 순리를 거스르는 타락한 정신 풍토에서, ‘도덕 부재’를 넘어 ‘도덕 파괴’에까지 이른 비극적 시대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가슴에 도덕의 별이 다시 반짝인다면 암흑 같은 오늘의 위기를 넉넉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라 문제 그 자체다.” 무능한 정부에 대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경고인데, 무능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부도덕이다. 내 편이라면 무능해도 나라의 중책을 떠맡기는 것이 부도덕한 정부의 패거리 인사이고, 피아(彼我) 구별 없이 유능한 인재를 널리 기용하는 것이 도덕적 정부의 탕평인사다.

어느 정부가 유능하겠는가. 나라의 경제와 복지를 다루는 관리들이 원칙과 순리를 따른다면, 젊은 세대의 3입(입시·입대·입사)을 주무르는 손길들이 양심과 도덕을 지킨다면, 불평등·불공정의 절망적 상황은 빠르게 개선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정치인들이 오직 표(票)만 낚으려는 선동과 포퓰리즘의 행태를 그치고 정직하게 국민의 심판대 앞에 선다면, 지금의 어둠과 혼란은 봄눈 녹듯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나온 한 해의 삶을 성찰하며 마무리하는 세밑이다. 가장 먼저, 가장 철저하게 반성해야 할 주체는 정치권이다. 역사와 국민 앞에 거짓은 없었는지, 위선의 이념으로 시대를 속이지 않았는지, 겉으로는 보수를 내세우면서 안으로는 수구(守舊)의 껍질 속에 틀어박혀 있지 않았는지, 입으로는 진보를 외치면서 두 발은 적폐의 유혹에 이끌려 퇴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나는 늘 옳고 너는 항상 그르다’는 오만으로 국민통합을 깨뜨리지 않았는지, 경제와 안보에 몰아닥친 먹구름을 장밋빛 말 잔치로 덮어 진실을 감추지 않았는지… 냉철하게 돌아보지 않으면 새해의 하늘도 어두울 수밖에 없다.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 먼저 너 자신을 변화시켜라.” 간디의 뼈아픈 충고는 개혁을 앞세우는 정부, 정의를 부르짖는 정치인들에게 주는 도덕률의 질책이기도 하다. 이 질책에 겸허히 귀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 가슴에 다시는 희망의 빛을 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밤하늘의 별처럼 시대를 밝혀줄 도덕의 별빛이 매우 아쉬운 세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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