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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게 비지떡?’ 동남아서 골칫거리 전락한 中 코로나 백신

‘싼 게 비지떡?’ 동남아서 골칫거리 전락한 中 코로나 백신

기사승인 2021. 01. 2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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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태국·싱가폴·말레이 등서 중국산 백신 놓고 불신과 불만 여론 폭발
상황 열악한 캄보디아·미얀마 중국 백신과 함께 인도 백신 지원 받기도
NYT "中 영향력 높이려다 역효과만 냈다"
Virus Outbreak Indonesia <YONHAP NO-4439> (AP)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는 시민의 모습. 인도네시아는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직접나서 중국산 백신 ‘시노백’을 맞았으나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제공=AP·연합
전 세계가 속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백신을 도입한 국가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특히 백신 접종을 시작하거나 앞두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 중국산 백신의 신뢰도가 높지 않아 내부 불만이 속출하거나, 접종이 연기되고 있다.

가장 골머리를 썩고 있는 국가로는 인도네시아가 꼽힌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3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직접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인 시노백 백신을 맞았음에도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시노백이 65.3%의 효과를 거둔데 그친데다, 야당인 투쟁민주당(PDIP) 의원이 “백신 접종을 원하지 않는다”며 거부 선언을 해 파장이 일기도 했다. 시노백 백신의 효능과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된 안티백신(백신 거부) 움직임이 반(反) 위도도 세력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는 모양새다.

태국도 당초 내달 말 시행되는 백신 접종에서 중국산 시노백 백신을 사용하기로 했으나 돌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먼저 접종하기로 결정했다. 당국이 공식적인 이유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시노백을 둘러싼 예방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역시 시노백 백신을 구입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도 중국산 백신이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접종을 시작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필리핀에서는 시노백 백신 구입을 결정한 정부에 대해 일부 국회의원들이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자체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베트남도 외국산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영국·미국·러시아·중국과 구매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중국산 백신에 대해서는 비교적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산 백신에 우호적인 곳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해 백신 지원이 절실한 캄보디아·미얀마 정도다. 캄보디아는 중국 백신의 안전성 논란에도 훈센 총리가 직접 나서 “중국 백신이 안전할 것이라 믿는다. 내가 가장 먼저 맞을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재정이 열악해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백신 구매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성금 모으기에 나선 미얀마에도 중국은 30만회 분의 백신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들 국가 역시 내부적으로는 중국산 백신에 대한 불신이 높은 상황이다. 왕이 부장이 미얀마에 30만회 분의 백신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미얀마 정부는 아직 공식적인 의사표현이나 교섭에 나서진 않았다. 대신 미얀마는 지난 22일 인도로부터 150만회 분의 인도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지원받아 주요 정치인과 의료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했다. 캄보디아 역시 훈센 총리가 주재 인도대사를 만나 코로나19 백신 기증을 요청했다.

인도는 자국 제약사인 세럼인스티튜트가 제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주변국인 방글라데시·네팔·부탄·미얀마 등에 무료로 제공하며 중국과 ‘백신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26일(현지시간) 중국산 백신이 불투명한 데이터와 배송 지연 등의 문제로 일부 국가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산 백신의 예방 효과가 국가별 임상시험마다 들쑥날쑥한데다, 터키와 브라질에선 중국 제약회사의 백신 배송지연이 문제가 됐다.

시노팜과 시노백 등 중국 제약회사는 저렴한 가격과 생산량에 큰 자신감을 보이며 아시아·아프리카·중동을 중심으로 24개국 이상과 계약을 마쳤지만 효능·안전성과 배송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코로나19 백신을 앞세워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높이려 했지만, 이 같은 논란이 겹치며 역효과를 낸 것이다. NYT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구입하지 못한 국가들로선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중국산 백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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