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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뒷담화] 패션·뷰티업계, ‘갑’이지만 ‘갑’이라 못하는 이유

[취재뒷담화] 패션·뷰티업계, ‘갑’이지만 ‘갑’이라 못하는 이유

기사승인 2016. 08. 0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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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촬영을 못할 것 같습니다”

한 패션업체 직원이 자사 패션화보 모델인 유명 연예인 A씨로부터 들은 말입니다. 그것도 화보촬영 전날 오후 늦게서야 전화를 통해서였지요.

이미 많은 스태프들은 준비를 마친 터라 이 관계자는 뒷수습을 하느라 상당히 곤혹스러웠다는 후문입니다. 해당 연예인은 최근 드라마의 큰 인기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인물이었습니다. 촬영 거부 이유는 얼굴에 난 ‘뾰루지’ 때문이었습니다.

패션·뷰티업계는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사용하는 빈도가 다른 산업보다 높은 곳입니다. 다양한 실생활용품을 다루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친근하고 선망의 대상인 연예인을 이용하는 것은 가장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잡았습니다.

1년 계약금만 수억원을 웃도는 유명 연예인들이긴 해도 엄밀히 따지면 사실 패션·뷰티업체가 돈을 주고 고용하는 ‘을’입니다. 물론 업계가 유명연예인의 후광효과를 위해 먼저 나서 고액의 모델료를 제시하고 소위 ‘모셔오기’에 나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근본적인 ‘갑’과 ‘을’ 관계가 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업계는 자사 모델로 참여한 연예인들에게 최상의 대우를 해줍니다. 갑과 을의 관계가 뒤 바뀐 것 같은 오해를 살 만한 상황도 적지 않습니다. 업무적으로 만났고, 자사의 제품을 잘 소개시켜줄 핵심카드이기에 존중해 주고 예의를 지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가끔 일부 연예인들은 이런 부분을 잊는 것 같다고 합니다. 촬영도중 상식을 벗어나는 요구와 이유로 업계 담당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입니다. 그 이유도 다양합니다. ‘살이 쪄서 노출이 심한 옷은 못 입겠다’부터 ‘촬영장에 특정 소품이 없어 촬영을 못하겠다’ 등등 일반인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들이 많습니다.

화보·CF촬영을 담당하는 업계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기피 대상 연예인’을 공유한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유명세를 무시하지 못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는 전언입니다.

소비자들은 연예인들이 입고 있는 옷과 화장품 등을 보며 ‘나도 저 연예인처럼 예뻐질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이 구매동기로 작용하게 됩니다. 그래서 업계는 연예인 모델을 이용하는 빈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업계 입장에서 스타마케팅은 가장 중요한 전략이면서도 관리하기 힘든 부분으로 여겨집니다.

‘갑’이면서 ‘을’ 노릇을 하더라도 매출을 높이는 것이 더 필요하기에 업계는 자신들의 자존심보다는 특급 연예인의 유명세에 무게중심이 가 있습니다. 업계 담당자들이 ‘갑’이면서 ‘을’ 또는 ‘병’노릇을 하는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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