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투데이 로고
[취재뒷담화]늑장공시 파동에도 한미약품 사라는 증권사들

[취재뒷담화]늑장공시 파동에도 한미약품 사라는 증권사들

기사승인 2016. 10. 10. 06: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임초롱_증명사진
경제부 임초롱 기자
“매번 사라고만 하는 국내 증권사들보단 외국계 증권사들을 더 신뢰하는 편입니다. 국내 증권사들보다 훨씬 공정하고 소신 있기 때문이죠.”

최근 국내 증시를 휘젓고 있는 ‘한미약품 사태’와 관련해 어떻게 보고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되돌아온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답변입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들을 ‘못 믿을 증권사’라고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0’건입니다. 늑장공시 파동으로 주가가 폭락한 한미약품에 대한 국내 증권사들의 ‘매도’ 리포트는 여전히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달 29일 1조원대에 이르는 기술 수출을 성공했다는 호재성 공시를 띄웠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엔 8000억원대 기술 수출 반환 소식을 담은 악재성 공시를, 그것도 30분가량 늦게 냈습니다.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합니다. 지난달 29일 주당 62만원이던 한미약품의 주가는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약세를 보이더니 일주일도 채 안되는 기간 동안 무려 46%나 빠졌습니다. 시가총액이 6조4697억원에서 4조4140억원으로 2조원가량이 증발한 셈입니다. 이번 늑장공시 파동으로 당국이 불공정거래 여부 조사에 착수하면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는 평가에 무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들의 한미약품에 대한 투자의견은 여전히 ‘매수’입니다. 실제로 이번 사태가 벌어진 직후 9일 현재까지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올라온 한미약품 관련 리포트 12건 모두 목표주가만 하향했을 뿐 일제히 사라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당분간 주가의 단기 조정은 불가피하겠지만 신약 개발 자체가 원래 어려운 분야라는 설명들입니다.

사실 우리 증시에서 매도 리포트의 실종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닙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내 증권사의 ‘매도’ 의견은 전체 의견 중 2.2%에 불과한 144건으로 나타났습니다. 5년 동안 단 한 번도 매도 의견을 내지 않은 국내 증권사도 17곳에 달합니다.

물론 리포트에 쓰인 대로 주가는 단기 조정 이후 실적으로 이를 상쇄한다면 다시 상승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무조건 사라는 의견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저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처럼 보이기에 충분합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신뢰 회복에 좀더 면밀한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