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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7% 금리 시대’ 희망고문하는 금리인하요구권

[취재후일담]‘7% 금리 시대’ 희망고문하는 금리인하요구권

기사승인 2022. 10. 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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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반명함] 사진 파일
"제가 수십 명의 고객들로부터 금리인하요구권 신청을 받았지만, 딱 한 명만 금리인하가 이뤄졌습니다"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여신업무를 담당하는 은행원의 얘기입니다. 정부가 지난 8월부터 금리인하요구권 운영실적을 비교 공시하는 등 금융소비자들의 이자부담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 문턱은 높았습니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인상하자 시장금리도 덩달아 급등했고,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모든 가계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섰습니다. 연말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어 '가계대출 금리 8% 시대'도 목전에 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소비자들은 단 0.1%포인트라도 금리를 낮추기 위해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고, 금융당국도 연봉이 인상됐거나 승진을 했다면 적극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용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습니다. 직장인 A씨는 올해 승진과 함께 10%가량 연봉도 올랐지만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A씨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3건의 대출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금리인하요구가 가능한 대출이 없다는 안내만 받았습니다.

한 시중은행은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사유 중 소득과 관련해 '연 소득이 현저하게 증가하는 경우'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얼마나 올라야 하는 지 도통 알 수 없는 대목입니다. 게다가 신용점수를 잘 관리해온 고신용자들에게는 금리인하요구권은 '딴 세상 이야기'입니다. 고신용자들은 승진을 하고 연봉이 많이 올라도 아예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입니다.

시중은행도 이런데 저축은행 상황은 어떨까요. 저축은행도 내부 규정을 정해놓기는 했지만, 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금융사들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기준과 항목별 가중치가 다르고, 이 역시 대출금리처럼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일부 은행에선 대출금리를 낮추기 위해서는 금리인하요구보다는 거래를 늘려 멤버십 등급을 높이는 게 효과적이라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높은 이자부담에 금리인하요구권만 기대했던 금융소비자에겐 희망고문이었던 셈이죠. 앞으로 금융사들이 좀더 명확한 기준을 안내해 소비자들의 정보 비대칭성을 조금은 줄여나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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