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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샤넬백과 애망빙

[취재후일담] 샤넬백과 애망빙

기사승인 2023. 0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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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포시즌스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비쌀수록 잘 팔린다."

콧대 높은 명품들이 해마다 가격을 올릴 때마다 심심찮게 등장했던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가 이제 호텔 빙수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포시즌스호텔이 그동안 가격 저항선이라 여겼던 '10만원의 벽'을 깨트리면서입니다.

포시즌스호텔은 5월1일부터 '제주 애플망고 가든 빙수' 판매를 예고하며 지난해보다 30% 인상한 12만6000원에 가격을 책정했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다른 5성급 호텔들의 빙수 가격 인상이 이어질 조짐입니다.

당장 '애망빙(애플망고빙수)'의 원조인 신라호텔도 가격 인상을 단행합니다. 신라호텔의 '애망빙'은 지난해 30% 가격을 인상해 8만3000원에 판매했는데, 올해도 인상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다행히 10만원 선은 넘지 않은 범위로 고려 중입니다.

신라호텔의 애망빙의 가격 인상은 다른 호텔에도 영향을 줄 전망입니다. 지난해도 신라호텔의 애망빙 가격 인상 이후 롯데호텔 등도 가격을 인상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죠.

호텔업계에서는 높은 원가율 때문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합니다. 신라호텔의 '애망빙'의 경우 지난해 가격 인상으로 원가율을 70%에서 60%로 낮췄습니다. 보통 호텔 식음업장의 원가율은 40% 정도가 적정선이라고 합니다.

올해도 공통적인 이유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전기세 등의 인상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백화점에서 알아본 결과 국내산 애플망고의 가격은 1년 전보다 오히려 내렸습니다. 1㎏ 기준으로 지난해 10만6000원이던 것이 올해는 약 9.7% 내린 9만6600원이었습니다. 인건비 역시 지난해 최저임금은 9160원이고, 올해는 9620원으로 5% 정도 인상했습니다.

결국 매년 가격을 올리면서 비싸도 없어서 못 사게 만드는 명품의 상술이 SNS 등의 영향으로 몇 년 동안 열풍을 몰고온 호텔빙수에까지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샤넬백이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만들고 희소성에 소비욕을 더욱 부추기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고물가 시대, 명품의 상술을 답습하고 있는 호텔빙수가 가격 인상으로 올해도 예년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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