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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적금 원한 70대인데, 85세 개시 연금보험 가입시킨 시중은행

[취재후일담]적금 원한 70대인데, 85세 개시 연금보험 가입시킨 시중은행

기사승인 2023. 10. 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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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반명함] 사진 파일
고령층에 대한 은행의 과도한 영업행태는 오늘도 자행되고 있습니다. 기초노령연금과 국민연금을 수령 중인 70대 A씨는 주거래은행인 인근 농협은행을 찾아 적금 상품 추천을 요청했지만, A씨가 가입한 상품은 연금보험이었습니다.

A씨는 매달 일정금액을 모아 목돈을 마련코자 적금을 가입하길 원했지만, 농협은행 영업점에선 5년 만기 적금이 없다는 이유로 연금보험 가입을 권유했던 것입니다.

5년간 보험료를 납입하면 원금 이상의 보험금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해당 보험은 5년간 납입을 완료하면 약 7~8년을 거치한 뒤 A씨가 85세가 되어서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만일 5년 뒤 일시 수령을 하려면 보험을 해지해야 했습니다.

물론 납입기간인 5년을 채우면 원금은 보장됩니다. A씨가 보험계약을 체결한 대로 매달 100만원씩 5년간 총 6000만원을 납입하고, 이를 해지하면 418만원가량의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정기적금으로 변환해 금리를 산출하면 연 3.2%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른 은행에선 3년 만기 정기적금 금리(우대금리 포함)를 4.05%에서 4.75%까지 적용되고 있습니다. 농협은행의 자율적립식 적금도 4%가 넘는 금리를 적용하고 있고, 기본금리만 해도 3.5% 수준이었습니다.

농협은행이 A씨에게 추천한 연금보험의 기대 이자수익이 A씨가 가입하고자 했던 적금보다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더욱이 A씨는 5년 뒤 원금과 이자수익을 일시에 받을 수 있다는 것만 인지하고 있었을 뿐, 연금개시 시점이 보험료 납입 이후로도 수년 뒤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A씨는 청약 철회 기간이 지난만큼 납입 보험료의 25%에 달하는 금액을 손실을 보고 해지했습니다.

최근 은행들은 비이자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영업점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습니다. 은행이 직원의 성과를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도 방카슈랑스 실적은 반영됩니다.

농협은행이 고령고객의 금융편의성보단 은행의 수익 올리기에 혈안이 됐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더욱이 일각에선 금융소비자보호법 적합성 원칙에도 다소 저촉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분명 농협은행은 형식적인 금융상품 판매 절차는 모두 준수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다만 적금을 원했던 70대 고객에게 십수년 뒤에나 받을 수 있는 연금상품을 추천해야 했는지, 또 연금보험을 적금처럼 판매했어야 했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고객 신뢰를 밑거름으로 성장하는 은행인 만큼 과도한 영업행태는 분명 개선해야 할 과제입니다. 농협은행이 앞으로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 실현에 좀더 공을 들이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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