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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홍콩 H지수발 ELS사태...증권사도 은행도 투자자도 책임 있다

[취재후일담] 홍콩 H지수발 ELS사태...증권사도 은행도 투자자도 책임 있다

기사승인 2024. 01. 2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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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국[반명함] 사진 파일
올해 들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이 흐를수록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조기 상환 실패로 만기가 도래하는 ELS 규모가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에 달합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민은행 등 홍콩 H지수 ELS 판매 규모가 큰 곳을 대상으로 현장검사를 나섰는데요. 앞서 지난해 말 진행한 조사에서 이미 불합리한 판매 관행과 법규 위반 소지가 드러나기도 했죠. 이에 ELS 투자자들이 금융당국에 민원을 제기하는 수준을 넘어 집단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홍콩 H지수 ELS 사태를 두고 예견된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콩 H지수는 2021년 2월 1만2000선으로 고점을 찍은 뒤 같은해 8000선까지 떨어졌고, 현재 5000선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7400포인트는 넘어야 원금손실을 면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선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에 일각에선 증권사들이 만든 ELS 구조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합니다. 투자자들은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예·적금 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상방이 막혀 있는데, 손실은 제한이 없어서 결국 투자자들이 손해를 보는 상품이라는 지적입니다.

게다가 불합리한 판매관행도 문제입니다. 증권사들은 ELS 상품 대부분을 온라인으로 판매했기 때문에 실제 ELS에 대한 이해도 높은 투자자들이 투자하지만, 은행 창구에서 투자한 금융소비자들은 전적으로 은행원의 말을 신뢰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과거 2015년에도 홍콩 H지수가 급락하면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가 손실 구간에 빠진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은행 창구에서 투자자에게 정확하게 전달했을까요.

수년간 손실 없이 조기 환급돼 왔고, 은행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안내했다는 주장을 투자자들이 제기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ELS 상품이 판매되는 동시에 은행과 증권사의 수익은 확정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상품을 개발한 증권사와 판매사인 은행은 전혀 손실을 보지 않는 구조, 즉 투자자들과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죠.

투자자들의 책임은 없을까요. 자본시장에는 자기 책임원칙이 있습니다. 은행 예적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면서, 손실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았다면 투자자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처럼 불합리한 판매 관행과 함께 파생상품에 대한 금융소비자들의 무분별한 투자가 계속된다면 홍콩발 ELS사태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는 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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