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본보기
  • 아시아투데이 로고
[마켓파워] 다양한 해석 낳는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주식 매입

[마켓파워] 다양한 해석 낳는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주식 매입

기사승인 2023. 08. 17. 07:00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톡 링크
  • 주소복사
  • 기사듣기실행 기사듣기중지
  • 글자사이즈
  • 기사프린트
basic_2021
마켓파워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2년이 넘도록 주요 계열사 주식을 수차례 꾸준히 매수하면서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올해 88세로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지분을 수시로 매수하는 조 회장의 행보는 재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조 회장은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에게 그룹의 경영을 맡긴 후 경영일선에서 사실상 퇴진했다.

효성 측은 '주가부양'을 위한 '책임경영'의 일환이라 설명하지만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지주사 효성에 대한 지분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 조 명예회장이 경영승계의 '캐스팅보드' 역할 강화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또 다른 해석은 경영권 강화를 위한 '백기사' 역할을 맡았다는 분석이다. 주식담보대출 비중이 높은 아들들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는 조 명예회장이 나섰다는 설명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조석래 회장은 2022년 2월4일부터 올해 8월3일까지 그룹 지주사인 효성 지분을 매입했다. 2018년 12월 이후 2년 이상 지분매입이 없었는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장내매수 방식으로 꾸준히 지분을 확보했다. 실제 2018년 12월26일 기준 9.43%였던 지분율은 이달 3일 10.14%까지 늘어났다.

조 명예회장은 주요 계열사 지분도 같은 방식으로 사들였다. 이에 효성첨단소재(10.32%), 효성티앤씨(9.03%), 효성중공업(10.55%)의 지배력도 강화됐다.

효성은 이를 두고 책임경영과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의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판단 아래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효성 관계자는 "창업주의 아들이신 조 명예회장께서 효성의 주가가 저평가받는 점을 마음 아파하셨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있다. 효성그룹은 이미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됐다.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이 지주사인 효성 지분을 각각 21.94%, 21.42% 보유, 형제경영 중이다. 오너가 및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율이 55%가 넘는다.

더구나 조 명예회장이 지분을 늘릴수록 추후 지분 승계 과정에서 증여·상속세 등 비용은 증가한다. 지분 취득이 궁극적으로 효성 오너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미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책임경영 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조 명예회장의 지분 취득을 해석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그럼에도 이번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수가 그룹의 경영권과 관련됐다는 해석은 끊이지 않는다. 가장 유력한 설(設)은 조석래 명예회장의 캐스팅보드 역할 강화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보유한 지주사의 지분 차이가 0.52%에 불과한 만큼 10%가 넘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 증여에 따라 경영권이 급격하게 이동할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은 장남인 조현준 회장과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의 경영권 갈등을 경험했다. 지난 2011년 조 전 부사장이 효성그룹 계열사에 대한 감사를 주도한 뒤 내부 비리를 지적했고, 이듬해 조 명예회장을 비롯한 임직원을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했다. 이로 인해 조 명예회장은 재판에 넘겨져야 했고 차남과 인연을 끊었다. 자식들의 경영권 갈등으로 큰 곤란을 겪었던 만큼, 본인의 영향력을 더욱 키우려고 한다는 것이다.

조현준 회장 효성티앤씨, 조현상 부회장 효성첨단소재를 중심으로 한 계열분리 전망에서도 조석래 명예회장이 갖고 있는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 지분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또 아들들의 경영권 강화를 위해 백기사를 자처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예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의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장내매수를 지속해왔다. 그리고 그 자금은 주식담보대출 등을 통해 마련했다.

실제 2020년 3월 공시 기준 조현준 회장이 보유한 효성의 지분 중 92.6%가, 조현상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중 80.5%가 담보로 잡혀있다. 이후 관련 공시는 없는데, 일반적으로 전액 상환이 됐거나 계약 내용이 변경이 있으면 공시가 돼야 한다. 이에 미상환 잔액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효성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상환 잔고 수준에 따라 반대매매가 발생할 경우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자금적으로 여유 있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주식을 취득, 관련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조석래 명예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효성 지분 매입이 106억원을 사용했다. 지난해에만 조석래 회장이 효성과 효성첨단소재, 효성티앤씨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199억원으로 예상된다. 자금 여유는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명예회장이 그룹 지주사 및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잘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면서 "형제 경영과 맞물리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후원하기 기사제보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