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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롯데케미칼 부진에 그룹 계열사에도 악재 반영되나

[마켓파워] 롯데케미칼 부진에 그룹 계열사에도 악재 반영되나

기사승인 2023. 09.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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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기 연속 적자…재무안정성 악화
그룹 계열사 신용등급 연쇄적 하락
차입부담 빠르게 상승…현금창출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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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롯데그룹의 캐시카우였던 롯데케미칼이 5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자, 그룹 전체의 유동성 악화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석유화학 업종 특성상 지속적인 자금 투자가 필요하지만, 수익성은 유가 변동성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실제 현금창출능력은 떨어지고 있고, 롯데케미칼과 그룹 계열사 신용등급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회사채 발행금리도 신용평가사 예상금리보다 높게 책정되는 등 시장에서의 부정적인 시각도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유동성 우려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핵심 자회사인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개선이 시급한 과제다. 하지만 유가 상승과 중국의 부동산 위기 등 대내외 상황은 여전히 부담이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032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에도 9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나타내는 등, 5분기 연속 적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투자 규모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적자 시현 등 수익성 악화는 현금흐름 부진으로 이어졌다. 롯데케미칼은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영업활동 현금흐름에서 평균 1조7170억원의 현금을 창출하며, 같은 기간 투자활동에 따른 매년 1조5830억원 규모의 현금유출에 대응했다.

하지만 작년부터 영업활동 현금흐름마저 마이너스를 나타내면서 현금유출 규모는 갈수록 커졌다. 지난해 영업활동에서 1675억원의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나타냈는데, 투자활동에서도 7000억원에 이르는 현금 유출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는 영업활동에서 4000억원이 넘는 현금이 들어왔지만, 투자활동에서만 4조6019억원의 현금유출이 발생했다.

롯데케미칼의 현금유출액 규모가 갈수록 커지자, 이는 차입부담으로 이어졌다.

6월말 기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는 각각 58.9%와 27.7%로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앞으로 빠르게 재무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순차입금(총차입금-보유 현금성자산)을 살펴보면 2021년까지는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로 사실상 무차입 상태를 유지했지만, 지난해엔 2조604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6월 말 기준 4조2083억원을 기록하며 반년 새 순차입금 규모가 61.6%나 급증했다.

이는 롯데그룹 전반의 재무 건전성에 부담이 됐다. 가장 먼저 나타난 곳은 롯데그룹을 보는 시장의 시각인 신용등급이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은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으로 하락했고, 롯데지주(AA→AA-), 롯데캐피탈(AA-→A+), 롯데렌탈(AA-→A+), 롯데쇼핑(AA→AA-, 롯데지주 연대보증 등급), 롯데물산(AA-→A+), 롯데오토리스(A→A-)의 신용등급도 하향조정됐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도 하락으로 그룹 계열사의 지원능력 약화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신용등급 하락은 자금조달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만큼,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유동성 우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롯데그룹은 보유자산 매각으로 현금 확보에 나선 상태다.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가 소유하고 있는 롯데홈쇼핑 서울 양평동 본사 건물을 롯데쇼핑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보유 자산 9곳과 롯데마트 소유 부동산 10곳을 매물로 내놨다.

롯데케미칼은 그룹의 핵심 자회사다. 롯데지주의 배당금 수익을 살펴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그룹 계열사 중 롯데케미칼의 배당금이 가장 많았다. 특히 작년엔 적자전환에도 불구하고 728억원을 배당해, 2위 롯데쇼핑(317억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게다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가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곳이다. 신동빈 회장 역시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룹의 지속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개선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만은 않다.

중국의 리오프닝에 따른 업황 반등이 기대됐지만, 부동산발 중국 경기침체로 인해 리오프닝 효과가 상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증설 등 투자부담을 고려할 때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주력인 '동박'이 미국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핵심 광물로 편입돼 보조금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이 역시 실적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평가는 "동박이 IRA 핵심부품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어 모니터링이 필요하지만 기존 사업부문의 실적 회복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2024년 이후 신증설 부담이 완화되면 수익성이 개선되겠으나 직전 호황기(2015~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아직 자금조달에 타격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달 초 2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다. 당초 발행 규모는 1500억원이었으나 수요예측에서 7600억원에 자금이 몰렸고, 2500억원으로 증액했다.

물론 발행이자가 민평금리 제시 기준보다 0.1~0.11%포인트 올랐는데, 이는 투자자의 불안한 심리가 반영됐다는평가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시장과 금리 상황에 맞춰서 차입금 관리에 나서겠다"며 "수익성을 통한 현금창출로 차입을 줄이는 것이 가장 기본인 만큼, 석유화학 외 배터리 소재, 리사이클 등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계획대로 진행, 실적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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