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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파워] 현대차그룹의 자사주 활용법…정의선 회장 지배구조 풀 열쇠 될까?

[마켓파워] 현대차그룹의 자사주 활용법…정의선 회장 지배구조 풀 열쇠 될까?

기사승인 2023. 02. 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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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이어 현대차도 주식 소각
기아도 올해부터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계획
자사주 활용해 투자 및 의결권 확대 가능
회사 분할 등에 활용할 가능성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마켓파워
현대차그룹이 배당과 더불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다양한 주주환원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가 모두 자사주 소각을 발표해 눈길을 끈다. 자사주 소각은 주식 총수를 줄여 주가를 부양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아직 그간 매입한 주식에 비하면 소각 규모는 적다. 이에 재계에서는 결국 자사주가 정의선 회장의 지배력 확대를 골조로 하는 그룹 구조 개편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어 상대적으로 대주주의 의결권을 강화시키는 경향이 있고, 계열사 지분 교환 등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 14일 배당을 포함한 올해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에는 자사주 150만 주를 매입해 28만8000주를 소각했고, 올해부터는 1500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입해 전량을 소각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에는 기아도 올해부터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매입하고 절반을 소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이후 5년만에 3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주식 소각을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유통 주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 등을 높일 수 있어 대표적인 주가 부양책으로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 취임 전후로 자사주 매입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는 지난 2019년 3년간 1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실제 약 9859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며 적극적 행보를 보여왔다.

다만 자사주 매입이 모두 소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현대모비스의 경우 2019년부터 3년간 매입했던 자사주 중 절반이 넘는 5900억원 어치 가량은 소각했지만, 나머지는 아직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현대모비스는 185만여 주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 총수의 2% 수준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이 뜸했던 현대차는 1월 주식 소각 이후에도 보유주식이 105만여 주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전체 주식의 약 5%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은 소각으로 이어질 때 주주환원이 확실해진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서 한 보고서에서 "미국 등 선진국 증시 상장회사들은 자사주 매입 이후 소각을 배당보다 주가 부양 및 안정 효과가 큰 주주환원 정책이라고 본다"며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이어질 때 지배주주의 자사주 남용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차 지배구조
일각에선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자사주 매입이 장기적 관점에서 정의선 회장 지배력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행보란 해석도 나온다. 자사주는 보통 의결권이 없지만 유통주식을 줄이기 때문에 대주주 지배력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사주를 이용한 주식 교환 등으로 우호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실제 지난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자사주를 KT의 지분과 교환했다. 주식을 서로 보유해 협력을 약속하는 한편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또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도 활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재계에서 유일하게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재계에선 지난 2018년 추진했던 '현대모비스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와의 합병'안의 틀을 어느 정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확보하면서도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하기 때문이다. 순환출자 구조 자체가 현재 법적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열사 중 한 곳에서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생산 전문 자회사 2곳을 설립했다. 사업 분할이 아닌 현금을 출자해 설립한 방식이었지만, 지배구조 개편 포석이라는 분석이 곳곳에서 나왔다. 이 과정에서 지분 교환, 사업 분할 및 자회사 신설, 지주회사 전환 등을 추진하게 된다면 자사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자사주를 취득하면 유통 주식을 줄여 대주주의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게 된다"며 "한국 사회에서 자사주를 활용해 지주회사 전환, 대주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한 전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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