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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속 법률이야기③] ‘억울한 누명’ 벗으려다 진짜 ‘범법자’ 될 수도

▲[영화·드라마 속 법률이야기③] ‘억울한 누명’ 벗으려다 진짜 ‘범법자’ 될 수도

기사승인 2016. 05. 05.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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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과거에 벌어진 일에 대해 ‘그 때 내가 다른 행동을 취했더라면’ ‘다시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등 후회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 ‘더 폰’(감독 김봉주)의 고동호(손현주 분)는 자신이 아내 조연수(엄지원 분)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자신이 연수와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깨고 늦은 새벽까지 술자리를 즐긴 날, 홀로 집에 있던 연수가 정체불명의 강도에게 살해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정확히 1년이 되던 날 동호는 연수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된다. 놀랍게도 전화 속 연수는 1년 전 살인사건이 발생했던 날에 머물러 있었다.

동호는 어떻게든 연수의 죽음을 막아 현실을 바꾸고자 노력하지만, 오히려 진범 도재현(배성우 분)의 모함으로 인해 자신이 연수를 죽였다는 누명까지 쓰게 된다.

대다수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내내 딱한 상황에 처한 동호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억울한 누명을 쓴 채 경찰들과 스릴 넘치는 추격전을 벌일 때도, 죄책감 없이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냉혈한 재현과 육탄전을 벌일 때도 자연스럽게 동호를 응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아무리 동호가 동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한들, 그가 진범을 잡고자 고군분투하는 과정에서 저지른 범죄가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재현의 차량 번호를 조회하기 위해 경찰서에 간 동호는 그곳에서 자신이 연수를 살해한 범인으로 몰려 지명수배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는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들을 폭행하고, 경찰서 밖에 세워져 있던 차를 훔쳐 달아난다. 이 과정에서 경찰서 내의 기물과 경찰 차량까지 파손한다.

이는 형법상 공무집행방해죄, 공용서류등무효죄, 절도죄 등에 해당한다. 또 형사처벌과는 별개로 경찰관이 정신적 피해 등에 대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청계천 일대에서 추격전을 벌이며 시민의 자전거를 탄 행위에 대해서도 형법상 도주죄와 절도죄 등을 적용할 수 있다.

이후 동호는 지인을 통해 진범의 차량을 불법 조회하고, 집 주소를 알아낸 뒤 몰래 그의 집에 들어간다. 차주의 동의 없이 ‘어둠의 루트’로 차량을 조회할 경우 개인정보 보호법 71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진범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몰래 집에 들어간 동호의 행위를 관객들은 모두 이해해주겠지만, 이는 형법상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

동호가 우연히 손에 넣은 총포로 재현을 위협한 것 역시 문제가 된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12조는 총포·도검·화약류·분사기·전자충격기·석궁을 소지하려는 경우에는 행정자치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를 어길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동호가 재현을 수차례 폭행한 행위는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재현이 칼과 노끈 등 무기를 사용해 동호와 그의 딸 등을 살해하려 했기에, 이를 막는 과정에서 동호가 재현을 때린 것은 위법성이 조각된다.

아무리 동호에게 누명을 벗고자 했다는 명분이 있다 해도, 그의 모든 범법행위들을 정당화할 순 없다. 다만 이 같은 사정이 양형 과정에서의 정상참작 사유가 될 가능성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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