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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변호사를 찾아서] ④의료전문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

[전문변호사를 찾아서] ④의료전문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

기사승인 2017. 09. 06.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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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사진 1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울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16기)는 의료사고 관련 소송의 선구자 역할을 한 1세대 의료전문 변호사다.

1990년부터 28년째 의료소송을 전문적으로 수행해온 그는 2009년 세브란스 김할머니 존엄사 사건을 통해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종료를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관련법 제정을 이끌었다.

그는 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정부기관의 이사나 위원으로 활동하며 국민건강 증진과 합리적인 보건행정에 기여했다. 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유명 대형병원의 고문변호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신 변호사에게 의료소송의 특징과 현행 우리나라 의료소송의 문제점, 그리고 의료사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물었다.

다음은 신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의료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0년 개업 초 첫 상담사건이 의료사고였다. 국립의료원 흉부외과에서 심장수술 후 뇌경색이 발생해 식물인간 상태에 이른 사건이었는데 환자의 오빠가 찾아왔다. 당시 수술 과정을 설명 듣고 상담은 했지만 경험과 지식이 부족했고 의료사고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 ‘자신이 없으니 좋은 변호사님에게 의뢰하는 것이 좋겠다’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며칠 후 오빠가 다시 찾아와 사건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다른 변호사들은 의료사고라고 하면 면담조차 해주지 않았는데 내가 1시간 이상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에 믿음이 갔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게 처음 수임한 사건에서 환자 본인에게 수술 동의를 받지 않고 오빠의 동의만 받은데 대해 설명의무 위반 책임을 물어 전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아냈다. 이 판결은 설명의무 위반에 관한 선도판례가 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의료소송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의료사건 수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전문화가 됐다.”

-의학적 지식은 어떻게 습득했나.

“1993년부터 매달 의사, 변호사, 법학교수 등이 모여 의료와 법학을 공부하는 meico regal forum에서 많은 의학지식을 습득했다. 의료소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은 실무적 지식을 바탕으로 의료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고려대 의사법학연구소 의료법고위자과정, 연세대 보건대학원 의료법윤리학과, 고려대 법무대학원 의료법학과, 경희대 경영대학원 의료경영학과,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특수법무학과 등에서 강의를 하는 과정에서 의료법학에 대한 지식을 정리할 수 있었다.”

-법률사무소 해울의 강점은?

“송무팀 외에 진료기록의 분석과 검증 등을 담당하는 별도의 의료법률정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 독일, 미국 등의 판례, 논문, 세미나자료 등을 모아 의료법률과 관련된 정보를 분석하고 체계화해 의료분쟁을 해결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자료제공도 하고 있다. 또 20년 전부터 임상간호사를 선발해 진료기록 번역, 임상연구논문 및 임상진료지침 검색 등을 전문하는 의료소송전문간호사로 양성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해울에 입사한 후 고려대 법무대학원 의료법학과, 연세대 보건대 의료법윤리학과에 진학해 의료법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한 경우가 많다. 로스쿨에 진학해 변호사로 활동하거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심사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등 의료소송분야에 상당히 많이 진출했다.”

-기억에 남는 대표적 사건은?

“2009년 세브란스 김할머니 존엄사 사건, 1990년 첫 상담 사건으로 수임한 설명의무위반 사건, 신생아실에서 아이가 뒤바뀐 것을 17년 만에 알게 된 가족해체 사건, 2005년에 있었던 의료법 광고규정 위헌판결 등이다. 존엄사 사건은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 이래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강행하는 잘못된 의료현실을 바꾸기 위해 10여년 기획소송을 준비한 끝에 제소한 사건이다. 전 세계적으로 생존하고 있는 환자를 대리해 호흡기를 제거해 달라고 한 사건도 드물고, 동양에서는 처음 있는 소송이었다. 다행히 대법원에서 생명권의 절대성을 인정하면서도 예외적으로 불가역적 상태에 접어든 말기환자의 경우에는 환자본인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다고 판시하며 호흡기 제거를 허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016년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고, 2017년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말기환자의 인권신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가족해체사건은 1994년부터 수년간 약 10건가량을 진행했는데, 짧게는 10년, 길게는 23년간 친자인줄 알고 길렀던 사건들이다. 손해배상청구 소멸시효인 10년을 대부분 넘었지만 ‘소멸시효남용론’을 주장해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남아는 하늘색, 여아는 분홍색으로 팔찌를 구분하는 신생아관리 제도가 만들어졌다.”

-보건복지부, 건강보험공단 등 다양한 기관에서 위원, 자문 등을 맡았는데.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가입자대표 간사로서 5년간 건강보험 수가결정, 보장성확대 등 업무를 맡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비상임이사로서 2년여간 활동했다. 또 재정운영위원, 장기요양심사위원, 포상심의위원 등 위원회활동을 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미래전략위원회 위원, 포괄수가제 시민전문가자문위원, 보건복지부 감염병관리위원도 맡았었고, 대통령자문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 e-health전문위원으로 원격진료 등 자문을, 국무총리실 보건의료발전특별위원회 전문위원으로서 의약분업법률자문과 정착에 노력하기도 했다.”

-현행 의료소송의 문제점은?

“의료소송은 자연과학적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사회적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법원에서는 의사를 상근직원으로 채용해 의료기술적 심리와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의료소송이 폭주하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당사자주의를 원칙으로 하는 민사소송에서 의사를 직접 참여시켜 재판을 받게 하는 것 자체가 법원을 신뢰하지 못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항소심은 사실심의 연장인데도 사후심적 구조로 운용해 새로운 증거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재판은 실체적 진실 못지않게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돼야 판결에 대한 수용성이 높아진다. 당사자들에게 충분한 입증기회를 부여하고, 더 이상 주장·입증하지 못할 단계에 이른 후에 결심이 이뤄져야 재판 결과에 승복하게 되고 상소율이 낮아진다. 현재 의료소송 항소율이 일반사건에 비해 월등히 높은 이유에 대해 법원이 좀 더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의료분쟁조정법’ 시행 5년 만에 ‘자동개시’ 조항이 추가된 개정법이 시행되고 있는데.

“지난 2012년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개원해 의료분쟁조정을 하고 있었지만 임의조정 제도의 한계로 5년간 조정개시율은 43.8%에 불과했고, 조정절차 자동개시 조항이 없는 의료분쟁조정법은 반쪽짜리 법률이라는 비난이 있어왔다. 그러다 2014년 1월 모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한 예강이사건을 계기로 개정운동이 시작됐다. 예강이의 부모가 대학병원을 상대로 의료중재원에 조정신청을 했지만 대학병원 측에서 참여를 거부해 각하되면서 의료분쟁조정법 상 임의개시 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던 중, 같은해 10월 사망한 유명가수 신해철사건을 계기로 ‘예강이법’에서 ‘신해철법’으로 개정운동 이름이 바뀌었다. 18대 국회에서 수차례 개정법률안이 발의된 끝에 결국 2016년 5월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른바 신해철법)이 국회를 통과, 2016년 11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자동개시 대상은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또는 장애인복지법 2조에 따른 장애등급 제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로 이 때는 의료기관이 조정신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지체 없이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했다. 자동개시 신청 접수건수는 올해 1월 3건, 2월 13건, 3월 40건, 5월 47건 등 급격한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자동개시제도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보인다. 현재는 모든 의료사고가 아니라 사망 또는 중증장애에 국한하고 있어 향후 모든 의료사고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향후 입법론적 대안은?

“의료소송도 다른 소송과 마찬가지로 입증책임을 환자 측이 부담한다. 입증책임을 의료인 측에 부담시키는 입법제언은 민사소송법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남소로 인한 의권의 위축과 사회적 부담상승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다만 독일과 같은 민법개정은 조속한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독일은 2013년 민법을 개정하면서 의료계약을 전형계약으로 입법했다. 독일은 의료사고 중 병원감염과 같이 ‘의료인이 완전 지배가능한 영역’에서 일어났고, 생명·신체의 완전성을 해친 ‘중대한 악결과’가 발생한 경우에는 의료처치와 악결과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고 의료과실을 추정하고 있다. 설명의무 이행 여부에 대해서도 입증책임을 의료인에게 부여하고 있다. 나아가 독일은 미국의 증거개시 제도처럼 의료과실에 대해 의료인에게 공개의무를 지우고 있다. 우리도 민법을 개정할 때 의료인의 공개의무만 명문화하더라도 진료기록 조작이나 은닉·페기 등으로 인한 환자 측의 입증곤란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료사고를 당한 피해자나 가족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우선 불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환자 측에서는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에 폭행·협박·시위·인터넷 악플 등 불법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의사의 불법행위를 지적하면서 자신의 불법행위를 합리화시키려는 건 사회적으로 동조를 받지 못한다. 진료기록, 의료기관 내 CCTV, 사진·녹음·진술서 등 객관적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최근 모 성형외과의원에서 간호기록을 위조한 간호사가 구속된 것처럼 진료기록은 위·변조되거나 은닉·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가수 신해철 사건에서 부검을 통해 소장천공과 심낭 내 이물질 존재 등이 확인된 것처럼 사망한 경우에는 가능한 부검을 통해 사인을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부상을 당한 경우에는 다른 의료기관으로 옮겨 사고 원인과 시기 등을 밝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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