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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SNS가 무기’ 여성차별 맞서는 밀레니얼 페미니스트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SNS가 무기’ 여성차별 맞서는 밀레니얼 페미니스트

기사승인 2016. 11. 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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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라비아의 여성차별적 후견인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포스터.‘나 자신이 나의 후견인’이라고 써 있다. 사우디 여성 예술가 미스 사파의 작품으로 SNS를 통해 확산됐다. 출처=/twitter.com/mssaffaa
“여성으로서 우리는 스스로를 위해 일어서야 한다”

파키스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타 찬딜 발로치(25)가 올해 여름 친형제에게 살해당하기 불과 하루 전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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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딜 발로치(Qandeel Baloch). 출처=/페이스북
모델인 발로치는 생전 “나는 현대적인 페미니스트(여성주의자)”라고 밝혔다. 이와 동시에 “파키스탄이 크리켓 대회에서 우승하면 스트립쇼를 하겠다”같은 도발적인 발언과 노출사진으로도 논란이 됐다.

파키스탄인들은 그녀가 지난 7월 15일 친오빠에게 ‘명예살인’당한데 대해 “파키스탄의 유독적인 남성우월주의 문화의 결과”라고 말한다.

파키스탄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명예살인’이라는 명목으로 숨진 파키스탄 여성은 1000명에 이른다. 지난 4월에는 스무살 여성이 남자와 전화통화를 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에는 16세 소녀가 친구가 사랑에 빠진 남성과 야반도주하도록 도왔다는 이유로 ‘명예살인’당했다.

파키스탄 의회는 발로치가 살해된 지 약 3달 후인 10월 6일 ‘명예살인’을 저지른 자가 이슬람 율법관례에 따라 무죄 방면되는 법적 구멍을 봉쇄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이미 2014년 발의됐었으나 최근 발로치의 경우와 같은 유명 사건들로 사회적 여론이 모아지면서 의결이 가능했다. 뉴욕타임스는 오피니언란을 통해 이 법안의 통과가 “파키스탄 페미니스트와 진보적 정치인들의 긴 싸움의 산물”이라고 전했다.

인기도 많았지만 보수 이슬람 사회에서 반발도 만만치 않았던 발로치는 살해당하기 전날에도 “나는 싸울 것이다.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나를 막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SNS에 올렸다. 그녀가 보여준 굳센 현대 파키스탄 여성의 모습에 다른 여성들도 동조했다. 그녀의 사망소식이 보도되자마자 파키스탄 여성들은 항의 시위와 추모 집회에 나섰다.

최악의 여성 인권 국가 중 하나인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도 여성들이 SNS를 무기로 여성을 억압하는 법과 제도를 바꾸기 위해 나섰다.

세계에서 유일한 남성 후견인 제도 아래 사우디 여성들은 단순한 외출부터 교육과 취업 등 모든 사회적 활동에 이르기까지 아버지·남편 혹은 아들 등 남성 보호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현재 사우디 여성들은 평등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밀레니얼 세대의 소통기구인 인터넷과 SNS를 활용, 여성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세대인 베이비 부머와 다르게 거대한 공식 기관보다 SNS와 인터넷 서명 운동 같은 실생활에서 여성 운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허핑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지난 9월 말까지 1만 5000여 명의 사우디 여성들이 ‘남성 후견인 제도’를 폐지해달라는 온라인 청원 운동에 서명했다. 트위터에는 “나의 후견인은 나 자신(#IAmMyOwnGuardian)”이라는 해시태그가 일파만파 확산됐다.

해당 해시태그를 처음 만들어 홍보한 사우디 여성 예술가 ‘미스 사파(Ms. Saffaa)’는 체포와 생계의 위험을 무릅쓰고 SNS를 통한 저항을 계속하는 사우디 여성들의 용기를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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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사파가 만든 사우디 여성 후견인 제도 폐지 운동 100일 기념하는 그림. 출처=/
사우디는 변화하는 여론과 정부 정책으로 빠르게 여성 인권이 개선되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사우디 여성의 참정권이 최초로 부여된 2015년 12월 12일, 사우디 지방의회 선거에서 여성들의 투표율은 80%를 넘겼으며 17명의 여성 의원이 탄생했다.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젊은 실세 왕자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31)가 내놓은 ‘비전2030’도 여성의 취업 비율을 높이고 사회진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역시 열악한 여성 인권 실태로 악명높은 인도에서는 문화계에서부터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계 평론가들에 따르면 많은 발리우드 영화에서 여성은 남성 중심의 서사 중 일방적으로 쟁취하거나 혹은 구원해야 할 대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최근 개봉한 영화 두 편은 이러한 공식을 부수고 인도 여성의 현실을 그리는 동시에 페미니즘(여성주의)에 대한 담론을 제시했다.

특히 지난 9월 개봉한 인도 영화 핑크(Pink)는 ‘인도 최초의 페미니즘 영화’라고 불리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많은 인도 관객들은 “부모님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나에게 가해지던 모든 억압들-짧은 치마를 입지마라 등-은 (범죄와) 관계 없는 것이다. (성범죄는) 내가 아니라 그 남자의 문제다” “강간에 관한 농담을 하던 이들은 이 영화를 꼭 봐야 한다”와 같은 열렬한 반응을 쏟아내며 공감했다.

핑크는 인도 여성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대로 옷을 입고 원하는 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2012년 전세계에 충격을 준 인도 뉴델리 버스 집단성폭행 사건으로 분노한 인도 대중들이 격렬한 성폭행 규탄 시위를 벌였고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아직 진행중이며 인도는 끊임없이 여성 인권에 대해 자문하는 중이다.

아니루드하 로이 초두리 감독은 “여성에 대한 범죄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여성에게 가해지는 도덕적 억압을 지켜보면서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제작 소감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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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성영화 ‘립스틱 언더 마이 부르카(Lipstick Under My Burkha) 포스터
인도 여성 감독 알란크리타 슈르비아스타바의 두번 째 작품 ‘립스팁 언더 마이 부르카’는 억압받는 가정주부, 부르카를 쓰는 여대생 등 4명의 여성을 전면에 내세웠다. 슈르비아스타바 감독은 ‘여신’이나 ‘희생자’가 아닌 평범한 인도여성들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문화를 중심으로 페미니즘이 발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캐나다에서 1970년대에 유행했던 ‘여성주의 책방’이 생겨나고 있다.

베이징·상하이·청두 등에 위치한 여성주의 책방에서는 여성주의의 정의에서부터 왜 여성은 겨드랑이를 제모해야하는지에 대한 토론까지 이어진다.

중국 당국은 겉으로는 성평등을 표방하지만 지난해 성희롱 철퇴 캠페인을 기획한 여성주의 단체의 운동가 5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현재는 풀려났지만 정부의 감시를 받으며 활동의 제약이 따른다.

LA타임스는 중국 내 이러한 성차별에 대항해 소셜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20대 여성들이 페미니즘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최근 전했다.

이들은 또 여성 화장실의 불평등한 면적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남성 공중 화장실을 점령하기도 하고 가정폭력을 규탄하며 붉은 페인트가 묻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한국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외신들이 보도했다. 미국 온라인 매체인 쿼츠(QUARTZ)는 한국의 온라인 페미니스트 그룹인 ‘메갈리아’를 중심으로 한국 사회에 뿌리깊은 여성 차별에 대항하는 활동들이 펼쳐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아시아에서는 최근 서구권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못지 않은 여성 정치인들의 활약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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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대만에서 민진당 소속 차이잉원이 총통 선거에서 승리하며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총통이 탄생했다. 이어 지난 3월에는 베트남에서 국가지도부 권력서열 4위에 해당하는 국회의장직에 최초로 여성인 응웬 티 킴 응언이 선출됐다.

필리핀에서도 지난 5월 여성인 레니 로브레도 하원의원이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 상원의원을 제치고 부통령으로 당선됐다.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필리핀 총선에서는 첫 여성 트랜스젠더 국회의원이 나오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8월 새로운 유리천장이 깨지며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탄생했다. 이어 9월에는 일본 제1야당 민진당 대표로 여성 정치인이 선출됐다.

렌호 민진당 대표는 지난 선거 유세에서 “여성은 사회 진출에 있어 보이지 않는 압력과 싸우고 있다”며 “나도 강해보이지만 사실은 약한 면이 있다. 그러나 나부터 유리천장을 깸으로써 일본을 덜 숨을 옥죄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힘쓰는 여성들을 격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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