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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청년들, 은퇴 이후 삶을 고민하다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청년들, 은퇴 이후 삶을 고민하다

기사승인 2017. 01. 0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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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이후의 삶을 일찍부터 고민하고 준비하는 밀레니얼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웰스매니지먼트닷컴의 지난달 12일 보도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 자금 저축을 시작하는 중위 연령이 35세인 반면 밀레니얼들은 단 22세로 조사됐다. 이는 기대수명이 연장되면서 은퇴 시기를 미루거나 자녀에게 의존하는 상황을 피하려는 심리와 사회보장제도의 존립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밀레니얼들의 높아진 교육 수준에 따른 학자금 빚과 가족 부양에 드는 비용도 이른 은퇴 설계를 부추기는 요인들로 꼽힌다.

싱가포르 채널뉴스아시아는 시장조사기관 닐슨의 지난해 2월 조사 결과를 인용, 싱가포르에서 25~35세의 84%가 은퇴 후 삶을 위한 재정적 대비를 걱정하고 있으며 55%가 미래를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저축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86%는 65세 은퇴까지 100만 싱가포르달러(약 8억 원)를 모으기 위해 매달 300싱가포르달러(약 20만 원)를 저축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에서 재무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는 에드윈 우이(27)도 일찍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계획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조기 퇴직을 꿈꿔온 그는 45세에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을 그만두려고 한다. 시간을 더욱 자유롭게 쓰고 싶어서다. 그는 “매달 수입의 약 30%를 아껴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고 있다”며 “일찍 퇴직하면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하고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일을 하는 데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밀레니얼들은 노후 준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투잡으로 부수입을 얻고 있다. 미국의 온라인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메릴엣지에 따르면, 18~24세 밀레니얼들의 약 50%가 은퇴 목표를 달성하려면 부업을 해야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최근 조사됐다. 이는 전체 연령 집단(25%)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ST)는 최근 중국에서 온라인 퍼스널 쇼퍼나 디디추싱(중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기사 등 인터넷 경제를 통해 부수입을 얻는 밀레니얼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자 자오 쉬(27)는 일본에 사는 지인을 통해 화장품 및 약품을 들여와 판매하는 부업으로 잘될 땐 본업 수입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000위안(약 80만 원)을 벌기도 한다. 휴대폰과 위챗 메신저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회사가 알고 있긴 하지만 근무 시간 중에 광고하는 걸 상사들에게 보여선 안 된다. 내게는 여전히 중개업자로서의 본업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후 싱더우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새로운 기회들이 의지할 수 있는 장치가 돼 경기 침체 속에 생계가 끊기는 위험을 낮춰준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일본의 밀레니얼들도 일찍부터 은퇴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 노후대비 저축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전했다. 스위스 금융기업 UBS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015년 25~34세 연령 집단의 소득 대비 저축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일본에서는 은퇴 이후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해외 이주를 고민하는 밀레니얼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학 졸업 후 헬스클럽에서 일하고 있는 이토 고헤이(24)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주해 아이들에게 운동을 가르칠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정부가 지속불가능한 연금제도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 같다”며 “일본 정치가 더 나아질 것 같지 않고, 경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전문적인 재정 가이던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밀레니얼들의 자산관리를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도 등장하고 있다. 홍콩의 스타트업 ‘8 시큐어리티스’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산운용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인 ‘클로이(Chloe)’를 최근 출시했다. 먼저 이용자가 목표 및 목표 달성 날짜를 정하고 돈을 입금하면 이는 다양한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포트폴리오에 투자된다. 머신러닝 기반의 클로이는 매일 목표에 맞게 투자 상황을 최적화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똑똑해진다는 특징이 있다. 또 싱가포르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들이 2~3개 은행 계좌를 갖고 있는 것에 착안해 여러 은행 계좌들을 한눈에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애플리케이션인 ‘핀고(FinGo)’가 출시됐다. 이 밖에도 미국의 ‘캐피탈(Qapital)’은 상품 구매 시 결제액의 뒷자리를 반올림해 나머지 금액을 자동 저축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용자가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저축을 도와준다.

금융 업계 전문가들은 은퇴를 대하는 태도가 기존 통념과는 다른 밀레니얼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마크 수르제너 싱가포르 HSBC 소매금융·자산관리 자산영업 책임자는 “(은퇴는) 한 직장에서 20~30년 간 일하다가 그만두는 것, 그리고 그것을 끝으로 다시 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곤 했다”며 “이제 사람들은 퇴직을 훨씬 능동적인 방식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수르제너 책임자는 이어 “사람들은 본업을 조금 덜 하거나 본업 혹은 좋아하는 일과 비슷한 다른 일을 찾아가는 식으로 퇴직을 생각한다”며 “그들은 5~15년 동안 그 일을 할지도 모른다. 마침내 완전히 그만두고 싶은 때가 오겠지만 (이 과정은) 이전보다 훨씬 점진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밀레니얼들 사이에서 불고있는 ‘욜로(You Only Live Once·한 번뿐인 인생)’ 열풍이 보여주듯, 보이지 않는 미래보다 눈앞의 현재에 집중하는 경향도 늘고 있어 노후 준비는 뒷전으로 미뤄지기도 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시장조사기관 GFK의 연구결과를 인용, 중국의 밀레니얼들이 부동산·자가용·채무상환·저축 등 다른 어떤 것보다 여행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의 93%는 여행을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적은 금액으로라도 노후 준비를 시작할 것을 권한다. 지나 쿠모크 개인재무관리 전문가는 타임지에 ‘빈털터리 대학생도 노후대비 저축을 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퇴직금 계좌에 한달에 25달러(약 3만 원)씩 7% 이자로 저축하면 40년 뒤에는 5만 9890달러(약 7200만 원)가 된다”며 “만일 10년 늦게 시작한다면 30년 뒤에 같은 액수를 받기 위해서는 매달 52달러(약 6만 원)를 넣어야 한다”고 복리의 힘을 설명했다. 밀레니얼들에게는 다가올 시간이 곧 최대 무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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