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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일본 청년들 ‘부전자전’은 옛말…“아버지들과는 달라”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 일본 청년들 ‘부전자전’은 옛말…“아버지들과는 달라”

기사승인 2017. 02. 07.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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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wikimedia commons
시계가 필요없고 넥타이를 매지 않는 그들. 일본 밀레니얼 남성들이 조명받고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일본 밀레니얼 남성들이 다양한 측면에서 아버지 세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소비취향·기업문화·음주습관 등에 주목했다.

먼저 소비취향의 변화가 눈에 띈다. 매체에 따르면 이들은 자신의 아버지 세대가 꼭 지녀야 하는 상징처럼 여겨온 손목시계를 더 이상 구입하지 않는다. 시계의 기능은 휴대폰이 대체한다. 일부 밀레니얼들은 넥타이를 ‘회사의 올가미’라 여기고 착용을 멀리한다. 이에 넥타이 산업도 위기다.

자가용 구입도 먼 얘기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은 2013년 이러한 현상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그는 일본 남성들이 자신에게는 수수께끼라고 말했다. 자신의 세대에서는 자가용이 없는 남성들은 여성들과 데이트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들의 직장에서의 모습도 달라졌다. 매체는 최근 일본에서 일부 대규모 기업에 다니는 젊은 직장인들이 지방 발령에 거부 의사를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 세대에서는 회사가 내린 결정에 반기를 든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 주오대학이 진행한 ‘일-삶 균형과 다양성 증진 리서치 프로젝트’ 연구에 따르면, 남성 직장인들의 42.7%가 사표를 내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지방 발령을 거부하겠다고 응답했다.

일본 밀레니얼 세대인 호소무라 쇼(29)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삶의 모든 것을 제쳐두고 회사를 우선순위에 두는 열성적인 근로자들은 일본에 더 이상 없는 것 같다”며 “일본은 전쟁 이후 신속한 재건이 필요했고 사람들도 열심히 일했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가 그랬고 그러한 경향은 아버지 세대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그런 사고방식은 이제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일본의 밀레니얼들에게 회사에서 장시간 일하는 사람들이란 직원들을 ‘가로시(과로사)’ 시키는 ‘블랙기업(일본에서 불법 노동 착취를 일삼는 기업을 지칭하는 신조어)’에 다니는 사람들이다.

음주습관도 바뀌고 있다. 와인 전문 웹사이트 ‘와인바자(WineBazaar)’가 일본의 20~70세 성인남녀 6638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20대 남성들의 39.8%가 금주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음주를 자제하는 이들을 다수 포함한 60세 이상 남성의 금주자 비율인 2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호소무라는 “술을 마시긴 한다”면서도 “같이 일하는 상사나 동료들과 술을 마시러 가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달에 1~2회 정도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신다며 ‘추하이(CHU-Hi·소주에 탄산과 과일향을 첨가한 음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는 1980년대 일본에서 사람들이 향락을 즐기던 시절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이런 향락문화는 1990년대까지 이어졌는데, 당시에는 새벽까지 파티를 즐기는 직장인들도 많았다. 파티도 업무의 비공식적인 연장선 상에 있었기 때문. 화려하게 꾸며진 클럽들의 접대부들은 많은 수입을 올렸고 주류 업체들도 높은 수익에 축배를 들곤 했다. 그러나 오늘날 주류 소비는 정점을 찍은 1996년의 단 89%에 그치고 있다.

호소무라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그때 당시 사람들이 마셨던 것만큼 술을 마시는 사람은 없다”며 “내 생각에 젊은 사람들은 상사들로부터 받는 스트레스에 분노하고 있고, 상사들도 더 이상 젊은 사람들에게 같이 술을 마시러 가자는 말을 꺼내지 않고 있다. 돌아오는 대답이 뻔할 것을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젊은층의 판매 실적이 중요해진 주류업체들의 전망은 암울하다. 스티븐 나지 도쿄국제기독교대학 국제관계학 부교수는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의 음주 문화와 오늘날 음주 문화는 다르다”며 일본 사회의 음주 문화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가지 많은 이유들 때문에 퇴근 후 곧장 집으로 가는 것이 용인되고 있다”며 “젊은 남성들은 아버지 세대보다 자녀 양육을 더 많이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늘 일터에만 있던 자신의 아버지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그것과는 다른 모습의 가정을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과 삶의 균형 추구 외에도 지난 20년 간 임금이 정체된 탓에 가계 예산을 고려하게 되면서 향락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게 된 것도 밀레니얼들의 이른 귀가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또 성평등의 확산도 한가지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나지 부교수는 “여성들은 남편이 퇴근 후 귀가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며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버지 세대가 회사에서 밤늦게까지 일하고 동료들과 술을 마시러 갔던 모습이 용인되지 않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추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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