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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2047 홍콩’의 민주주의는 생존했을까

[아시아 밀레니얼이 미래다]‘2047 홍콩’의 민주주의는 생존했을까

기사승인 2017. 02. 15.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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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혁명
홍콩 우산혁명. 출처=/위키미디어 커먼스
2047년 홍콩은 중국이 됐을까.

지난 음력 설 홍콩의 대표 명소 빅토리아 공원에 ‘운명의 바퀴(Wheel of fortune)’가 등장했다. 오는 7월 새로 취임할 행정장관 선거 출마자들의 얼굴이 그려진 이 바퀴는 홍콩의 민주주의를 외치는 공민당에서 설치했다.

그러나 이름처럼 이 운명의 바퀴가 홍콩의 운명을 결정짓지 못하듯, 홍콩의 시민들도 자신의 운명을 결정짓지 못한다. 밀레니얼들은 외친다 “가짜 민주주의”라고.

이 바퀴를 설치한 앨빈 양(Alvin Yeung) 공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바퀴가 어느 후보를 뽑게되든 진정한 선택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진정한 선거가 아니라는 의미다.

앞서 14일 홍콩에서는 차기 행정장관 후보 선출을 위한 지명 절차가 개시됐다. 다음달 1일까지 선거위원 1194명을 대상으로 행정장관 후보 지명 작업이 진행된다. 출마자는 이때까지 선거위원 150명으로부터 추천을 받으면 공식 후보가 되고 이후 26일 치러지는 선거에서 선거위원 정수 1200명의 과반인 601표 이상을 얻어야 행정장관으로 선출된다. 중국 정부의 승인 절차를 거치면 비로소 7월 행정장관으로 정식 취임한다.

선거는 간선제로 치러진다. 홍콩 시민들에겐 투표권이 없다. 중국 정부는 2014년 8월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2017년 홍콩의 선거를 간선제로 결의했다. 중국 당국에 의하면 행정장관 선거는 “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의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는 애국인사”여야 한다. 즉, 선택권은 중국 지도부에 있다.

중국은 1200명의 후보추천위원회에서 다시 후보를 간추린 다음 홍콩 주민들의 직선제로 행정장관을 뽑겠다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사실상 취임하는 행정장관은 중국의 꼭두각시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중국의 간선제 결정은 사실 홍콩의 직선제를 보장하는 기본법을 무시한 것이다. 전세계를 놀라게 한 홍콩 ‘우산 혁명’은 이런 중국 당국의 결의에 반해 탄생했다.

홍콩은 2047년 중국이 된 자국의 운명을 두려워한다. 우산 혁명은 그 두려움을 떨치기 위한 홍콩 젊은이들의 분출구였다. 학생들을 포함한 시민들은 모두 거리로 나왔고 중국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성과는 없지 않았다.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친 독립파 성향의 정당이 나타나면서 밀레니얼들을 중심으로 홍콩의 자결권 보장을 외치는 이들이 속속 등장한 것.

홍콩
2015년 7월 14일 사진. 네이선 로(왼쪽)과 조슈아 웡. 출처=/AFP, 연합뉴스
우산 혁명의 학생지도부였고 이후 데모시스토 당의 대표가 된 홍콩 최연소 의원 네이선 로는 지난해 선거에서 당선된 후 자결권 추구를 강조했다.

“홍콩의 독립보다 홍콩주민의 자결권 향유를 지지한다”는 그는 10~20년 내 홍콩의 주권 지위를 결정할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중국 공산당에 맞서 싸울 것 이라고도 말했다.

로 의원처럼 주권을 찾고자 하는 젊은층의 열망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7월 홍콩의 중문대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일국양제가 종료되는 2047년 홍콩의 독립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17% 이상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5 ~ 24세 사이의 젊은층에서는 40% 가까이 됐다.

중국 정부의 간섭을 받는 홍콩 정부는 이런 움직임을 통제하고있다. 지난해 친독립파 정당인 영스피레이션 소속의 식스투스 바지오 렁과 야우 와이칭 의원당선자가 의원 선서식때 ‘홍콩은 중국이 아니다’란 내용의 현수막을 두른 채 ‘홍콩 민족의 이익 수호’를 주장했다며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기도 했다. 이들은 항소했지만 고등법원에서 기각당했다.

법원은 또 당시 우산혁명의 주역이었던 네이선 로 주석과 조슈아 웡 비서장, 알렉스 차우 전 홍콩전상학생연회(대학학생회 연합체) 비서장에 지난해 8월 불법집회 참가 죄를 적용했다. 이들은 항소했고, 5월에 심리가 개시될 예정이다.

사실 홍콩은 중국에 있어 아프고 치욕적인 역사의 현장이었다. 영국과의 아편전쟁에서 패배한 후 홍콩섬을 넘겨줬고, 영국의 식민지가 된 홍콩은 중국의 사회주의에서 벗어나 아시아 대표 민주주의 도시국가로 재 탄생했다.

중국이 주장하는 ‘일국양제’는 홍콩인들에게는 형식적인 체제다. 홍콩인들은 자국의 자치권이 부여되는 이 체제를 의심한다. 결국 중국 당국이 선택한 후보가 행정장관이 될 경우 중국 공산당의 간섭은 더욱 심해지고 2047년 홍콩은 완전한 중국의 통제를 받을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범민주파 진영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위원 가운데 4분의 1 가량인 320여 명을 보유한 범민주파는 야권에 우호적인 의원을 지지해야 하는 전략적 선택론을 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선책이다.

중국의 사회주의 물결을 피할 수 없는 상황. 홍콩은 정치 이념 변화의 과도기에 있다. 덩샤오핑이 1997년 일국양제 보장에 합의했을 때, 그의 머릿속엔 중국과 홍콩의 정치이념 공존에 대한 모색이 들어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사회주의를 고수하며 자본주의의 개념까지 채택해 경제를 부흥시킨 현재 홍콩의 민주주의 방식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 홍콩이 중국의 사회주의 하에서 통제받는 동안 사법부의 권한과 언론자유는 사라질 것이 뻔하다.

친중 노선을 택하는 이들도 할말은 있다. 그동안 중국이 홍콩경제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 중국은 2003년 중국 본토인들의 홍콩 관광을 허용했고 홍콩산 수입 제품에 대해 무관세 혜택을 확대했다. 결국 이런 수혜는 정치적인 전략과 맞물려진 결과로 나타났다.

일국양제가 종료되는 2047년 홍콩의 민주주의는 생존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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