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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 이제는 글로벌이다]“전통적 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나 새 수익모델 찾아야”

[증권업, 이제는 글로벌이다]“전통적 브로커리지에서 벗어나 새 수익모델 찾아야”

기사승인 2017. 0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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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훈(KB증권 글로벌사업본부장)7
“증권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전통적 브로커리지 사업으로만 버티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조남훈 KB증권 글로벌사업본부장이 8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KB증권의 해외시장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이병화 기자photolbh@
코스피지수가 2300선을 넘어서며 국내 증시는 활황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해외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아시아 금융허브인 홍콩의 현지법인 자본금을 대폭 늘리며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쌓고 있다. KB증권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조남훈 글로벌사업본부장을 만나 KB증권의 글로벌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 KB증권의 해외시장 접근전략은 어떤 방향인가. 국내시장과 비교하자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설명 부탁드린다.

KB증권의 해외사업 기조는 ‘신중함’이다. 국내시장에서는 KB브랜드와 구 현대증권의 브랜드 파워가 매우 강하기 때문에 증권업 모든 분야에서 과감하게 사업을 추진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해외시장에서는 아주 가까운 일본이나 홍콩만 가도 브랜드파워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심스럽고도 신중하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우선 추진하는 것이 맞지 않겠냐 하는 생각이다.

- KB증권이 최근 홍콩법인 자본금을 대폭 늘리며 아시아 사업 교두보를 구축했다. 여러 신흥국 중에서도 해외사업 역량을 집중하는 시장은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룹 차원에서 아시아를 해외사업의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 아시아 시장을 나눠보면 크게 홍콩·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금융허브 지역,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기타 국가, 인도로 나눌 수 있다. 그중에서도 홍콩은 전세계 대표적인 금융 허브 중 하나다. 또 홍콩은 문화적·지리적·시간적으로나 한국과 비슷하다. 또 세계 모든 금융상품이나 거래가 대부분 홍콩을 경유한다. 그렇기 때문에 홍콩만 커버해도 어느 정도는 글로벌 역량을 갖추게 되기 때문에 대표 거점으로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신흥시장 측면에서는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유망한 지역으로 판단하고 있다. 신흥시장이라고 하더라도 진출하기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상당히 많다. 시장규모나 인구·성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실질적으로 진출이 가능한 나라는 얼마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금융산업 자체가 독립적으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나 일부 선진국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국가 기업들이나 해당 국가 투자자들의 투자대상이 되는 나라, 그 나라의 산업과 연계된 국가에 진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어느 정도 규모의 경제가 발생할 수 있는 나라, 경제성장률이 좋은 나라 등 몇 가지 요소를 놓고 생각해보면 대상 국가가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인구규모, 경제성장성, 국내 기업의 투자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1차적으로는 인도네시아·베트남·필리핀·태국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이미 필리핀과 태국은 일본계 자본이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베트남과 인도네시아가 유망한 시장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특히 베트남에 주목하는 이유는 빠른 성장 속도와 젊은 인구가 많다는 점이다. 앞으로의 발전 잠재력이 매우 높다. 또 국민성이 근면하고 잘 살겠다는 의욕도 강하다.

- 국내 증권사들이 아시아와 북미시장에 비해 유럽시장 기반은 약한 편이다. 하지만 유럽 금융시장의 규모를 생각하면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을 것 같다. KB증권은 유럽시장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전통적으로는 국내 증권사들이 해외 투자자들의 국내 투자 브로커리지 역할을 하는 것이 해외거점의 주요 수익원이었다면, 현재는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의 금융 허브인 런던만 봐도 아시아 담당 데스크들이 모두 유럽 현지를 떠나 홍콩이나 싱가포르로 이동하고 없다. 미국에서 아시아에 대한 투자가 거의 뉴욕을 거쳐 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리고 유럽은 브로커 선정도 매우 보수적이고 절대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한국 브로커를 이용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 이러한 이유로 대부분 런던에 위치하지만 브로커리지를 중심으로 하는 증권사는 사무실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므로, 유럽시장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영업을 확장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수익모델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중요성은 결코 낮지 않다. 유럽과 미국의 금융허브인 런던과 뉴욕을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뉴욕은 주로 미국상품 위주로만 유통이 되는 반면, 런던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와 신흥국·아프리카 시장의 상품까지 거래된다. 그렇기 때문에 런던은 앞으로도 거점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 그리고 미국 또한 브로커리지 수익으로 거점운영이 유지되는 정도이다 보니 결국 시간이 지나면 동일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하면 궁극적으로 미국에서도 철수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유럽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가?

첫째, 쉽고 편리하게 환전하고 거래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일련의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그 시장에 대해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좋은 투자물건을 찾아와 서비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프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아무리 좋은 정보와 상품이 있어도 투자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고객 투자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서비스의 시작이다. 타사의 예를 들면 미래에셋대우는 지금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온라인 거래 1위 업체다. HTS 등 IT 기반을 먼저 도입하면서 선점효과를 제대로 누렸다. 우리에겐 익숙한 것이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매우 혁신적인 인프라였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점효과가 중요하다.

- 해외사업에 있어서 KB증권만이 가진 경쟁력은 무엇인가?

과거에는 해외투자자들에게 한국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한국에 오게끔 하는 것이 주 전략이었지만 지금은 우리 투자자들이 해외로 나가려고 한다. 또 KB금융그룹이 투자자로 해외로 나서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KB의 브랜드 인지도는 큰 경쟁력이다.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으며 그룹전반적으로 국내 가장 강력한 투자자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 해외에 증권 단독으로 나가기보다는 은행·보험과 같이 진출하려 한다.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가 있기 때문에 빠르게 정착하고 성과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합병 효과도 크다. 합병 전 현대증권은 리테일과 부동산 등의 실물투자에 강했고, KB는 채권발행·파생 등에 강점이 있었다.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지고 있었던 양사가 하나의 회사가 된 만큼 증권업 전반의 강력한 사업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남훈 KB증권 글로벌사업본부장>
△성균관대 경제학과 △1994년 입사 △강남지역본부 팀장 △기획실 경영기획팀장 △홍콩법인 & Asia Pacific본부장 △런던법인장 △WM영업지원본부장 △기업여신TFT 팀장 △대우증권 국제영업본부장 △KB투자증권 경영지원본부장△(現) KB증권 글로벌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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