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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 시사상식] ‘빅배스’···전임자가 남긴 부실책임, 내가 안고 간다?

[톡톡! 시사상식] ‘빅배스’···전임자가 남긴 부실책임, 내가 안고 간다?

기사승인 2016. 05. 15.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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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농협금융 기자간담회 사진2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지난 3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가진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조선·해운 등 5개 취약업종에 집중된 부실채권을 ‘빅배스’를 통해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제공=NH농협금융지주
김용환 NH농협금융 회장이 최근 ‘빅배스’를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농협금융이 안고 있는 부실채권 규모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4조5255억원 수준이라고 합니다.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 기업에 빌려준 돈이 부실화된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실제로 새누리당 정우택 의원실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의 대우조선해양 등 상위 5개 조선사에 대한 신용공여액은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을 제외한 전체 시중은행 중에서는 부실 규모가 가장 컸습니다.

김 회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농협금융이 빅배스 방식으로 처리키로 한 부실채권의 대부분은 지주 전환 이전 시기인 2007~2008년에 발생했다고 합니다. 당시 기업 대출을 통한 수익이 좋아지면서 본격적으로 대기업 대상의 여신을 늘려갔던 것인데, 이 중 대부분이 부실화된 것입니다.

결국 김 회장의 빅배스 추진 방침은 지나 10여년 동안 농협금융의 실적을 악화시킨 주된 요인이었던 대기업 여신 중심의 부실채권을 자신의 임기 내에 모두 털어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입니다.

고개 숙인 임종룡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6일 서울 중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산업·기업 구조조정 협의체 3차회의에 참석 후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임 위원장은 2013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농협금융 회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빅배스(Big Bath)란 단어 그대로는 큰 욕조를 말하지만, 경제적 용어로는 ‘목욕을 해 더러운 것을 다 씻어내듯이’ 오랜 기간 누적된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낸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지금까지의 누적 부실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회계장부상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빅배스가 주로 이뤄지는 시기는 CEO 교체기입니다. 전임자가 후임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미리 모든 부실을 털어내거나, 후임자가 제로 베이스에서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부실요인을 전임자에게 넘기려 하기 때문입니다.

누가 주도하든 빅배스가 이뤄지면, 후임 CEO는 부실요인에 따른 실적악화 부담 없이 자기 스타일대로 경영을 해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른바 빅배스 효과입니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습니다. 회계장부상 이익을 내던 기업의 경우 빅배스로 인해 갑자기 적자로 전환되는 ‘회계 절벽’을 맞는 것입니다. 회계 절벽이란 실제 경영상황은 영업이익을 견실하게 시현하는 상태임에도 장부상으로는 갑자기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회계 절벽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로 인한 피해가 경영진이 아닌 이 회사에 투자를 한 애먼 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점입니다. 빅배스로 회계 절벽이 나타나면 그 회사의 주가는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실제가 아닌 장부상으로만 적자가 기록되는 것이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회사에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빅배스로 인해 회계 절벽이 나타나고 주가하락으로 이어질 경우 전임 CEO 재직 기간에 이 회사 주식을 매입했던 주주들은 그 자리에서 평가손실을 보게 됩니다. 결국 전임자 혹은 후임자 중 누가 주도하든 빅배스는 이와 아무상관 없는 애먼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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