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건설보증 시장 개방인가

기사승인 2008. 10. 19.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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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건설사 계열 손보사만 살찌울 것"
- 손보사 횡포·동반부실 우려 목소리 높아
- "국토부보다 금융위가 판단해야" 쓴소리도

건설보증 시장 개방을 둘러싼 논란이 또 다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토해양부와 건설산업선진화위원회가 보증분과위원회를 통해 그간 수면 위로 가라앉았던 건설보증 시장 개방 물꼬를 틀기 위한 논의를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건설보증 시장을 도맡아 온 건설관련 공제조합이 분과위원회에 우려되는 부분을 제시,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최근 공개된 중간보고서(초안)에서는 오는 2011년부터 개방을 검토하자는 결론에 그치고 말았지만 글로벌스탠더드 바람이 불고 있는 한 건설보증 시장 개방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2008년부터 3단계로 보증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한국개발연구원의 용역결과(2006년)가 사실상 폐기된 상황에서 선진화위원회가 다시 주도적으로 논의를 펼친 것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판단할 일이지 국토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일이 아니라는 쓴 소리도 적지 않다.

건설보증은 개별 건설공사가 입찰로부터 준공을 거쳐 하자발생에 이르기까지 건설업자에게는 부족한 신용을 보완하고, 발주자에게는 공사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여러 위험을 담보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이는 현재 보증보험 전업사인 서울보증과 건설산업기본법에 의해 설립된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및 설비건설공제조합에 의해 영위되고 있지만 미국과 같이 손해보험사에 개방해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분위기다. 경쟁을 통해 보증기관의 심사기능을 향상시킴은 물론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에서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메이저 손보사들이 공교롭게도 계열사라는 특수 관계에 있는 건설사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을 개방할 경우, 과당경쟁으로 인한 부실뿐만 아니라 재벌그룹에 속한 손보사의 횡포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건설보증 업무를 취급하는 공제조합과 대한주택보증, 서울보증 등은 건설보증 시장개방에 따른 건설산업 전반의 부정적인 파급효과 등을 지적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서울보증 관계자는 “개방화와 겸업화 바람이 전 산업에 걸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건설보증 개방 자체를 반대할 순 없겠지만 개방 대상이 대형건설사들의 그룹 계열사인 손보사가 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재벌기업들이 손보사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그룹 손보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보증의 수익기반 잠식은 물론 건설산업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건설공제조합 역시 “개방에는 분명한 원칙이 존재해야 하는데 대형사와 계열사로 연결된 손보사가 자기 건설사를 위한 보증영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건설산업 붕괴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책 없이 시장개방이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특히 대형업체와 협력업체를 맺으려는 전문업체의 경우 대형사가 그룹 계열사 손보사에서 보증을 받아오라고 은근한 압박을 가하면 수수료가 높아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따라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수수료 다운 등을 통한 소비자 편익증진이라는 당초 개방목적과 위배되는 결과로 대기업 손보사들만 배불리는 개방이 될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이와 관련 이의섭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건설보증시장이 손해보험사에 개방된다면 경쟁체제로 전환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로 감독당국의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시 보증기관의 부실화까지 우려된다”며 “글로벌스탠더드가 이슈화 되고 있지만 건설보증 개방에 대한 문제는 다시 한번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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