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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사이버 모욕죄’ 도입, 신중해야

[사설] ‘사이버 모욕죄’ 도입, 신중해야

기사승인 2008. 11. 0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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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사이버상의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를 가중 처벌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당 나경원 의원 역시 사이버 모욕죄 신설로 분쟁이 생길 경우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고, 정보 유포자를 가중 처벌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간 사이버 공간의 악성 댓글 등에 의해 개인의 인격과 명예가 훼손당하는 일이 빈발했다. 그 때문에 사회 일각에선 진작부터 별도의 ‘사이버 모욕죄’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그러나 그 형태적 타당성이나 죄형의 인과 측면에서 과연 이 법이 온당한지 되돌아볼 일이다.

그 동안 사이버 공간을 통한 활발한 소통은 우리 사회의 발전적 유전자를 한층 윤택하게 했다. 사회 각 분야의 모순과 왜곡을 공리적 차원에서 고발, 시정하고, 정보 순환을 통해 산업 사회의 혈맥을 원활하게 하며, 시민 일반의 사회적 통찰력을 높이고 지적 진보를 이룬 공로는 결코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런 순기능을 감안하지 않은, 무거운 가중 처벌법은 지나치다는 느낌이다. 자칫 표현과 사상의 자유에 재갈을 물리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설혹 법이 만들어진다 해도, 일부 악성 네티즌들은 하려고 들면 얼마든지 제재를 피해갈 수 있다. 그렇다면 인터넷 기업의 필터링 기능 등을 통해, 이를 방지하는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 사이버 범죄에서 10~20대 비율이 높은 현실에선, 또한 법보단 올바른 윤리의식을 갖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 먼저다.

실제로 국회 입법조사처도 이 같은 의견을 밝히며, “도입 취지가 악성 댓글 감소라면, 개정안이 이를 줄이는 최선의 방안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특히 “세계적으로 사이버모욕죄를 법률로 규정한 나라는 중국 밖에 없으며, 민주주의 국가 중에선 대한민국이 최초”라고 밝혔다.

무릇 사회적 모순은 ‘법가적’ 엄중함으로만 대해선 안될 일이다. 되레 처방이 강할수록 질병도 깊어지듯, 형벌의 가중으로만 이를 다스리려 해선 안된다. 적어도 사이버 공간의 악성 행위는 사회적 학습과 문화적 감시, 계몽을 통한 도덕률의 유포가 가장 유효한 수단이다. 정부·여당은 이 법 도입을 다시금 심사숙고하기 바란다. 이미 국회 입법조사처도 재고할 것을 분명히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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