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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문명교류硏 개소한 정수일 소장

<사람들> 문명교류硏 개소한 정수일 소장

기사승인 2008. 11. 2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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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를 말하는 데 이는 학문의 위기가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발굴, 개발해내지 못하는 인문학자들의 위기입니다"

정수일(74)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한국문명교류연구소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인문학자의 관심과 분발을 당부했다.

문명교류연구소는 26일 서울 충무로 한국의 집에서 창립 기념식을 하고 문명교류와 관련한 국내 최초의 전문연구기관으로 이름을 알린다.

사실 문명교류는 동서양 학계가 부단히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새로운 분야이지만 국내 실정은 척박하기 그지없다. 몇몇 대학이 과목을 개설했지만 동양사 등 교류와 관련이 적은 비전공자가 강사로 나서는 형편이다.

정 소장은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려고 지난 2006년 8월부터 실크로드 학교를 운영해 왔다. 지금까지 5차례에 걸쳐 문명교류를 중심으로 강연했고, 9차례 실크로드를 답사했다.

하지만, 연구보다는 강연 위주였다. 연구를 위해서는 같이 공부할 파트너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몇몇 지인의 도움을 받아 올 6월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렇게 시작한 한국문명교류연구소는 지난 17일 사단법인 인가를 얻어 정식 출범하게 됐다.

그렇다면, 이 연구소가 지향하는 바는 무엇일까. 문명교류와 관련해 한국의 고전 연구, 고전번역작업, 지식의 사회환원 등 3가지가 목표라고 정 소장은 지향점을 압축해 설명했다.

정 소장은 우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 이수광의 지봉유설(芝峰類說) 등 문명교류에 관한 한국 고전을 섭렵한 후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이븐 바투타의 여행기 등 서양의 고전을 20여 명의 연구자와 함께 강독할 계획이다.

또 세계 4대 여행기 중 번역이 안 된 이탈리아 수도사 오도릭의 '동유기'를 비롯해 스벤헤딘의 '티벳여행기'와 최한기의 '지구전요' 등 여러 문명 교류서적을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실크로드 답사와 일반인을 상대로 한 강연회도 계속 진행하는 한편 한류 연구 기관들과의 '한류문화연구'도 병행할 방침이다. 정 소장은 이런 활동을 통해 태동하는 문명교류론 분야에서 한국이 세계적인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세계는 헌팅턴식 문명충돌론에서 시작해, 갈등을 빚는 소통보다는 있는 그대로 공존하는 게 낫다는 문명공존론을 거쳐 현재 문명교류론 단계에 와 있다"며 "하지만 어느 나라도 아직 교류론에서 학문적으로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이 분야를 개척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힘의 논리를 넘어 겸손하게 남의 문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평등하다는 태도에서 다른 문명과 함께 가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문명교류론을 공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서양 옷이 편하니까 많은 사람이 서양 옷을 입는 것처럼 좋으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 가는 것이 문명"이라며 "차이라든가 우월 같은 낱말은 문명 교류에 적합한 말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정 소장은 "정치경제적 의미의 세계화가 아닌 보편적인 문명교류를 통한 세계화가 있을 수 있다"며 "보편성을 토대로 문명 간 소통만 제대로 된다면 문명교류는 세계 평화에 커다란 이바지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옌볜(延邊) 출신인 그는 베이징대 동방학부를 졸업하고 평양외국어대학, 말레이대학 교수를 지냈으며 단국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1995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2000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후 '이븐 바투타 여행기' '실크로드학' 등의 10여권의 번역서와 저작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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