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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판교 입주대란 예고

은평-판교 입주대란 예고

기사승인 2008. 12. 04.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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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가 사상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연말연초 입주예정자들이 제때 새 집으로 이사하지 못하는 입주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입주가 시작된 은평뉴타운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1818가구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고, 판교신도시는 내년 상반기까지 2만 3000여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내년 1년 동안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에서 총 9만7670가구가 입주자를 대기하고 있어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입주예정자들이 새 집에 들어가 살아보지도 못한 채 잔금 연체료 및 관리비를 무는 상황에 처할 수 밖에 없다.

◇ 애타는 입주예정자들

내년 초 판교신도시에 입주하는 김홍기씨(32ㆍ경기도 성남시 수정동)는 입주일이 다가올 수록 걱정이 앞선다. 내년 1월 말 입주와 함께 2억원이 넘는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돈을 마련할 길이 막막한 때문이다. 지난 2006년 판교신도시 82㎡(25평형)에 당첨된 후 계약금을 포함해 1억8000만원은 적금과 대출로 어렵게 마련한 상태지만, 더 이상 돈이 나올 구멍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분양 받을 당시 김 씨는 지금 살고 있는 성남 집(79㎡ㆍ23평형)을 팔아 분양 대금을 치르면 충분하다는 생각이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자 김 씨의 계획은 어긋났다. 판교 새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보려고 은행을 찾기도 했지만 금융권에서도 더 이상 대출해 줄 수 없다고 난색이다.

지난 6월1일 첫 입주가 시작된 후 지금까지 입주율 70%대에 그치고 있는 은평뉴타운 입주예정자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후분양시스템이어서 단기간에 잔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100㎡형 아파트의 경우, 한 달 안에 치러야 하는 잔금은 3억원이 넘고 잔금을 내지 못하는 입주자들은 연체 이자만 한 달에 300만~500만원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연립주택에 살고 있는 이명희 씨(58·서울 은평구 증산동)의 경우가 그렇다. 입주가 시작됐지만, 지금 살고 있는 집을 급매물로 내놓아도 보러오는 사람조차 없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아파트담부대출을 받을까 생각해 봤지만, 현재 소득수준으로는 대출이자가 너무 큰 부담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은평뉴타운 인근 공인중개사 한 관계자는 “입주금을 구하지 못해 기간 내에 들어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며 “입주를 포기한 채 급전세로 내놓지만, 주변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전세를 문의하는 사람조다 없다”고 전했다.

◇ 현실화하는 입주대란

연말·연초로 예정된 입주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는 입주대란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판교신도시는 이달 말 민간 임대 637가구의 입주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8609가구, 내년 하반기에 1만4631가구, 2010년 이후 6025가구에 달하는 물량이 새 주인을 맞을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인접한 분당 지역의 경우 판교 입주물량 쇼크로 벌써부터 전세ㆍ매매 시장의 동반 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판교 분양 당시 분당의 106㎡(32평) 아파트가 6억5000만원에서 7억4000만원 정도 했지만 현재 분당 아파트 시세가 2억원 가량 하락해 인근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부동산시장이 살아나지 못할 경우 내년에는 주로 수도권 남부축을 중심으로 입주물량 쇼크에 따른 매매ㆍ전세시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때 놓친 대책으로 백약이 무효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그동안 내놓은 정부의 대책이 때를 놓친 데다 경기침체와 겹쳐 지금은 백약이 무효라고 지적한다.

민간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경기를 살릴 의지가 있는 지 의문”이라며 “미국의 경우 신속히 재정에서 지원하고 있는 반면 우리 정부는 말만 앞선다”고 꼬집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성민 연구위원은 “최근 부동산 가치 하락과 함께 경기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의 각종 부동산 대책이 약발을 받지 못해 서민들만 애를 먹고 있다”며 “정부가 단기적으론 잔금 지불 기한을 연장해주고 주택담보대출 지원정책을 펼치되 장기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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