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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삼성전자의 놀라운 무감각증

[데스크칼럼]삼성전자의 놀라운 무감각증

기사승인 2009. 02. 0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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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세준 산업1부장
국내 대기업 가운데 사회공헌에 목돈을 쏟아부은 첫 사례는 역시 삼성이다. 삼성은 지난 1994년 삼성사회봉사단을 만들었다. 국내 기업 중 최초의 사회공헌 조직이다.

삼성은 그후로 계열사별로 봉사조직도 만들었는데, 그 숫자가 3000개를 넘는다. 삼성은 이 활동에 지금도 매년 4000억원이 넘는 돈을 쓰고 있다.

삼성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천성이 착해서만이 아니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오래오래 잘 살고 싶은 기업의 욕망이 조금 세련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이 사회공헌활동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포브스가 최근 100년 동안 지속가능한 기업 100개 를 추렸는데 삼성은 빠졌다.

세계적인 브랜드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뽑은 2008년 세계 100대 기업 명단에서는 삼성은 당당히 21위를 차지했다. 물론 삼성전자다.

삼성은 이건희 전 회장이 지난 1996년 브랜드파워론을 주창한 이후 올림픽, 월드컵 등을 휘저으며 브랜드 홍보에 열중했다. 물론 제품도 초일류로 잘 만들었다. 이 결과가 인터브랜드의 100대 기업 선정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왜 포브스는 삼성은 결국 100년 안에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불길한 예언을 했을까?

이유를 알았다. 삼성은 사회봉사활동으로 열심히 착한 척 했고, 브랜드 광고로 그럴듯한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훌륭한 일등상품으로 고객들을 매료시켰지만, 근본적인 핵심을 놓치고 있다.

바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서 삼성은 조직 전체가 치명적인 무감각증을 지니고 있다.

지난달 20일 한국과학기술원(KIST)에서는 국제워크숍이 열렸다. 주제는 나노물질이 우리 몸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이에 따른 안전관리와 윤리문제였다.

이 워크숍이 열리게 된 계기는 바로 삼성전자가 제공했다. 미국 정부는 현재 삼성전자의 은나노 세탁기가 인체와 환경에 유해할 지도 모른다는 시민단체들의 주장에 따라 여론수렴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미 환경보호청(EPA)은 애초 이 여론수렴절차를 지난달 20일 마감하려고 했으나, 너무나 말들이 많아 그 기간을 두달 연장했다. 모두가 삼성전자의 은나노 세탁기가 촉발한 문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삼성전자는 미국뿐아니라 국제시장에서 개망신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 삼성이 인체와 환경에 나쁜 기술을 이용한 제품을 최첨단이라며 고가에 팔아먹었다고 미국 정부가 판정이라도 하는 날에는, 삼성전자는 그동안 수천억을 들여 쌓아놓은 브랜드 가치를 한 순간에 까먹을 수도 있다.

그러나 막상 삼성전자측의 태도는 태연스럽기만 했다. 이 문제를 취재하는 <아시아투데이>기자에게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국정부에서 지금 방식의 은나노를 못팔게 하면 제품을 바꾸면 될 것 아니냐"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단다.

섬성의 이런 무신경은 콩고 코발트 사건 에서 또 나타났다. <아시아투데이>가 2일자로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삼성은 휴대폰에 쓰이는 코발트 가공제품 중 상당부분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들여오는데, 이 코발트 채취과정에서 광산노동자들에게 심각한 인권침해행위가 자행되고 있어서 국제인권단체들이 삼성의 콩고 코발트 구매행위를 문제삼고 있다.

이것이 기사화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 관계자, 그것도 홍보를 책임지고 있다는 한 간부가 취재기자에게 했다는 말은 더욱 어이를 상실하게 만든다.

"콩고 코발트는 우리 회사만의 문제가 아닌데 왜 삼성 이름만 거론하냐, 이런 식으로 기사쓰면 다음부터는 아무 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 일종의 협박이다. 무엇이 잘못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도대체 일말의 관심도 없는 듯하다.

삼성은 앞으로 100년, 아니 50년이라도 제대로 가려면 직원들에게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 지 부터 교육해야 할 것 같다.

몇년 전 나이키가 서남아 하청공장에서의 어린이 노동 때문에 치른 호된 고통이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건희 전 회장을 비롯한 삼성의 높으신 분들이 빨리 깨우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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