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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 매력없다” 건설업계 외면

“민자사업 매력없다” 건설업계 외면

기사승인 2009. 02. 04.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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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민자시장이 고사 직전이다.

최소운영수입보장(MRG) 폐지가 가져온 여파도 있겠지만 세계적인 금융위기 탓에 자금줄이 막힌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정부의 제도 개선은 시장의 요구와는 별개로 가고 있어 수익성과 금융여건 등이 개선되지 않는 한 건설사의 이탈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는 물론 금융사 등 관련 업계 전체가 민자사업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아우성이다.

MRG폐지와 수익률 급감으로 민자사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면서 은행들이 민자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가운데 그 자리를 대신하던 보험사들마저 대출약정을 맺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MRG가 없는 1기 프로젝트인 안양~성남(제2경인연결)ㆍ송현~불로 민자도로 등은 금융약정이 안 돼 사업 추진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해 말 어렵게 금융약정을 완료한 평택~시흥 민자도로는 신디케이트론(syndicate loan)이 어려워 보증료를 합한 금리가 10%를 훌쩍 넘는 신용보증기금 자금을 브릿지론으로 끌어들였다.

금융권 한 고위임원은 “국내에서는 부동산보다 민자사업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현 금융시장 상황에서는 민자사업에서 발생하는 리스크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민자사업의 경우 약 20년간 운영을 담보로 한 사업의 수익률이 고작 5~7% 수준”이라며 “경기가 좋았을 땐 정부가 보증하는 안전한 사업처럼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전혀 매력이 없어 투자 참여는 당분간 어려울 것”이라고 못 박았다.

금융위기 탓에 민자사업에 신규 투자가 어려운 만큼 건설사들도 잔뜩 움츠리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한 제도를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민간부문이 요구하는 주요 문제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업 차질은 물론 재정정책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푸념했다.

경인운하 등 대형 프로젝트들이 민자에서 재정사업으로 전환됨에 따라 차라리 재정사업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건설사들도 늘고 있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현재의 금융여건에서 민자사업을 추진해봤자 금융약정도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신규 사업에 대한 계획은 아예 세우지 않고 있다”며 “상반기에 금융시장이 풀린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신규 사업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를 향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 민자사업에 대한 제도개선과 유인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민자사업 시행을 위한 제도와 관련해선 금융 약정 개선책 마련, 수익률과 인센티브 상향 조정 등과 관련된 업계의 꾸준한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민간에게 리스크를 전가하는 제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한건설협회 SOC민자팀 강해성 팀장도 “정부가 민간투자를 바탕으로 건설경기를 부양하고자 한다면 한시적으로 나마 과감하게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금융권의 투자를 이끌어내는 새로운 방안을 구상해봐야 할 것”이라며 “당장 손쓸 수 있는 과제부터 개선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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