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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 ‘온건파’가 사라졌다

여의도에 ‘온건파’가 사라졌다

기사승인 2009. 06. 24.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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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强 대 强' 대결 구도 고착화
정치권에서 온건파의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정권교체 2년차. 입장이 바뀐 여야가 서서히 ‘색깔 찾기’에 나서면서 각 정당마다 ‘강경파’가 득세하기 시작한 탓이다.

이러한 변화는 야당인 민주당에서 먼저 나타났다.

최근까지 민주당은 정체성 논란으로 내홍을 겪었다. 오른쪽으로 한 발 나아간 ‘뉴민주당 플랜’ 초안은 정체성 논란에 불을 지폈고 지지층은 사분오열됐다.

그러나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분위기가 일순간에 바뀌었다. ‘조문 정국’에서 나타난 민심을 등에 업고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야성’(野性)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정세균 대표는 ‘Mr. 스마일’에서 벗어나 ‘투사 모드’로 변신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 등 선결요구 조건을 내세우며 국회 개원을 거부했다. 급기야 당내 강경파 의원들은 한나라당의 단독개회 소집 요구에 반발해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터홀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당내 온건파들조차 한나라당과의 ‘합리적 대화’보다는 당내 강경파의 ‘행동주의’에 힘을 실었다.

온건파의 대표격으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김부겸 의원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한다는 게 의미가 없다. 여당이 야당의 존재 이유조차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투쟁모드로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야 간의 ‘합리적 대화’를 강조해온 최인기 의원과 김성순 의원도 강경모드로 돌아섰다.
최 의원은 “지금은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강행처리를 저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디어법은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했고, 김 의원도 “지금은 작년하고 상황이 다르다”고 했다.

한나라당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집권 2년차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 운영에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보다 단호한 태도를 갖고 ‘여당 리더십’을 찾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조문 정국’에 따른 역풍 속에서도 여론을 의식해 ‘야당 눈치 보기’에 급급하는 대신 단독국회 개회를 강행하고 나섰다.

예전 같으면 으레 불거졌을 ‘신중론’도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단독국회 개회 여부를 결정키로 한 22일 의원총회에서 참석의원들은 임시국회소집요구서를 제출하는 데 만장일치로 찬성했다.

특히 지난 1~2차 입법전쟁에서 당 지도부의 ‘속도전’에 태클을 걸었던 친박근혜계조차 당의 강경기조에 ‘암묵적 동의’를 보냈다. 임시국회 소집요구서 제출에 친박연대도 동참했다.

여야 내에서 온건파가 사라지면서 여야 관계는 ‘강경 vs 강경’의 대결구도가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이 향후 정치권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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