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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칼럼]우리 사회의 신뢰회복이 경제의 성숙화를 가져온다

[외부칼럼]우리 사회의 신뢰회복이 경제의 성숙화를 가져온다

기사승인 2010. 09. 10.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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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우리는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국민의 약 70%정도는 다른 사람을 신뢰하지 않는다.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하는 과감한 투자도 중요하고 근로자들의 헌신적인 근로의욕도 매우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사회적 자본의 하나인 신뢰의 축적도 중요하다.

최근 노동투입 증가율이 뚜렷히 저하하고 실물자본의 투자도 감소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장기간 정체상태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사회적 윤활유 역할을 하는 사회적 신뢰의 향상은 금융시장과 노동시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낮추고 효율을 높여 장기 경제성장률을 끌어 올릴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그렇지만 낮은 신뢰는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선 자본시장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신뢰가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벤처캐피탈이 기업에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벤처기업이 제공한 정보, 기술능력과 기업경영능력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벤처시장은 정보비대칭이 매우 크고, 계약만으로는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신뢰도가 낮으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나 벤처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독일정부가 고기술·고성장 창업기업에게 자금을 제공하기 위해 설립한 노이어 마르크트(Neuer Markt)는 그 자본시장 내에서 발생한 사기, 내부자거래, 역선택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문을 닫게 되었다.

자본시장이나 벤처투자기관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을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최근 벤처기업이 증가하고 있지만, 벤처기업의 자금조달과 회수의 중요한 창구인 코스닥시장과 프리보드 시장은 위축되고 있다.

이것은 코스닥 시장,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 벤처기업을 평가하는 회계법인에 대한 불신 등 벤처생태계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노사간 신뢰가 매우 낮다.

불신이 팽배한 대립적 노사관계 하에서는 노동생산성은 저하할 수 밖에 없다.
 
어제 발표된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은 전체 조사대상 139개국 가운데 22위로 나타났지만, 노사 간 협력은 138위로 최하위로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다.
 
네델란드는 한 때 고실업-저성장, 높은 복지비 부담 등 소위 네델란드병 을 경험한 국가였다.

1982년 위기극복을 위해 노동조합과 사용자단체의 리더가 사회보장 축소, 임금인상 자제, 노동시간 단축과 시간제 고용의 촉진, 비정규 노동의 자유로운 활용을 내용으로 하는 바세나르 협약체결에 성공하여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우리가 사회적 자본의 하나인 신뢰에 주목하는 이유는 경제성과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연구에 의하면 신뢰수준이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높아진다.

신뢰는 경제거래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많은 부분을 감소시킨다.

이러한 사회적 신뢰의 특성으로 인해서 신뢰수준이 높은 사회에서는 경제활동을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은 작아지고, 경제성장은 더욱 촉진된다.

논어 안연편에서 공자는 ‘백성들의 신뢰가 없으면 나라는 존립하지 못한다(無信不立)’고 하였다.

신뢰의 중요성을 짧고 함축성있게 정리해주는 말이다.

장기 경제성장의 지속성 여부는 신뢰자본의 축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적 자본은 장기간에 걸친 사회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되기 때문에 물적자본이나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만큼이나 대인신뢰·제도신뢰와 같은 사회적 자본축적을 위한 투자는 앞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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