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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대 적립금 7조 쌓아놓고 전입금엔 자린고비

*사립대 적립금 7조 쌓아놓고 전입금엔 자린고비

기사승인 2011. 04. 0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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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명지대 숙명여대 등 2009년 법정부담전입금 0원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서울 시내 10개 사립대들의 전입금 현황. 
[아시아투데이=신현우 기자]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데, 사립대학의 주인인 대학재단들은 법이 정한 최소한의 전입금 납부 의무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대학정보공개사이트 '대학알리미'에 공개된 서울지역 사립대학 10곳의 2009년도 교비 회계 결산 및 2010년 등록금 산정 근거(2009년 결산 기준)를 분석한 결과, 이 가운데 6개 대학재단이 법정부담전입금을 제대로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익대, 서강대, 한국외대는 법정부담전입금 납부 현황이 1억원 수준으로 미미했으며 동국대, 숙명여대, 명지대는 법정부담전입금을 한 푼도 납부하지 않았다.

법정부담 전입금은 대학 교직원의 후생복리를 위한 교직원용 연금, 의료보험료 등에 쓰기 위해 대학재단이 대학 회계에 납입하도록 하는 법정 부담금이다.

법정부담전입금은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라 학교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최소한의 법적 납부 의무이다.

하지만 상당수 대학들은 사학연금법 제47조와 국민건강보험법 제67조에 규정된 '법정부담전입금은 학교 경영자가 부담금 전액을 부담할 수 없을 때에는 부족액을 학교에서 부담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이용해 등록금으로 부족분을 충당하고 있다.

박거용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소장은 "법정부담전입금을 대학재단들이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등록금으로 충당하더라도 법적 처벌은 물론 재정지원 축소 등 어떠한 불이익도 없는 상황”이라며 “법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는 대학재단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 수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고등교육 재원에 투입하는 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평균 1%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0.6%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재정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한 바 있다.

천정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선진국의 대학은 학교재단의 출연과 기부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며 “등록금으로 학교가 납부해야 할 법정부담전입금을 충당하는 상황에서 지나친 요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명무실한 등록금심의위원회에 대해 “단순 심의 기구에 불과한 등록금 심의위원회를 실질적인 등록금 책정 기구로 지위를 격상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은 “법정부담전입금은 제대로 납부하지 않고 대학적립금 쌓기에만 혈안이 된 대학운영은 시대를 역행하는 운영논리”라며 “재단에 쌓아둔 적립금을 풀어 오히려 등록금을 낮추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대학이 투명한 예산 집행과 적절한 예산 편성을 하면 등록금을 더 인상하지 않고도 충분히 학교를 운영할 수 있을 것”이며 “학교재단이 법정부담전입금을 등록금으로 대체 충당하지 않기 위한 자구책 마련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 4년제 대학 등록금은 물가상승률과 대학재정 악화를 이유로 국공립대학이 지난해보다 평균 1.1% 인상된 425만6000원, 사립대가 평균 2.3% 인상된 767만7000원으로 나타났다.

유지영 고려대학교 부총학생회장은 “대학은 물가상승과 학교재정 악화에 따른 등록금 인상의 필요성만 강조한다”며 “학생들의 희생에 앞서 학교 측이 먼저 법정부담전입금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학이 비영리 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할 때 엄중한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 사립대학들의 적립금은 모두 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김춘진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전국 사립대 적립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49개 4년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은 총 6조9493억원(2009년 결산 기준)으로 나타났다.

학교별로는 이화여대가 6280억원의 누적적립금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홍익대 4857억원, 연세대 3907억원, 수원대 2575억원, 동덕여대 2410억원, 고려대 2305억원, 청주대 2186억원, 숙명여대 1884억원, 계명대 1775억원, 인하대 1342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대학 적립금은 등록금과 재단적립금의 일부, 정부 지원 등을 가지고 당해 연도 예산 집행 후 남은 돈을 이월해 적립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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