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주 기자]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인근 마을에 거주하던 90대 할머니가 평생 살아온 자택에서 대피해야 한다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마이니치신문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후쿠시마현 미나미소마시 비상대피 지역에 사는 93세 여성으로 지난 6월말 고향을 떠나야 한다는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묘지로 피난갑니다"란 유서를 남기고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노인은 자택이 대지진 이후 방사능 위험 지역으로 분류돼 다른 곳으로 피난해야 할 처지에 놓였지만 몸이 아파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잠시 아들이 다른 식구들을 피난소로 대피시키는 사이 유서를 남기고 목을 매 자살했다.
경찰에 따르면 노인은 가족 앞으로 "매일 원전 걱정만 하고 사는 게 고통스럽다. 아이들이나 손자들에게 부끄러운 행동이지만 지금 세상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사죄하면서 "나는 묘지로 피난을 가겠다"는 유서를 남겨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 전문가는 "피난소에는 아침에 일어난 뒤 집에서 잠든 게 아니라는 사실만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도 많이 있다"면서 "노인에게 피난소 생활은 악몽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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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마이니치신문 |